"美정찰기도 탐지 실패"…北 3차핵실험 여전히 의문
2013/02/21 11:26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핵실험의 규모와 성격을 둘러싼 의문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구글 어스가 지난해 11월 13일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모습. (자료사진)
"WC-135 급파했으나 제논ㆍ크립톤 검출 못해"
폭발강도·우라늄 - 플루토늄탄 여부 '베일'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핵실험의 규모와 성격을 둘러싼 의문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핵실험 증거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던 미 공군 특수정찰기가 방사능 물질 포집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한·미 당국은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모래시계'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풀리지 않는 4대 의문점 = 이번 핵실험의 '위력'이 어느 정도 인지가 최대 의문이다.
일단 지진파로 측정해볼 때 이번 핵실험의 진도는 1,2차 핵실험보다 "수 배"(several times) 강력하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폭발력을 놓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대다수 전문가는 5 킬로톤(kt)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1차(1kt), 2차(2∼6kt)에 비해 진전되기는 했으나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비영리 싱크탱크인 '핵위협 이니셔티브'(NTI)는 12.5kt으로 높여잡고 있다. 이는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탄의 폭발력 12.5 kt과 같은 수준이다.
두번째 의문은 이번 핵실험이 과연 우라늄탄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플루토늄탄에 의한 것이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7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해체했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손쉬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을 개연성이 높고 이를 토대로 고농축 우라늄탄을 이번 핵실험에 이용했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견해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어느 정도 진전됐느냐도 관심사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실험 직후 북한이 핵탄두를 중거리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란과의 핵 커넥션 의혹은 커다란 미스터리다. 이란 과학자들이 핵실험을 직접 참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에 이어 실험비용을 이란이 댔다는 보도까지 나온 실정이다. 만일 사실이라면 미국 주도의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구멍이 뚫린 셈이지만 아직까지는 정황증거에 의존한 '의혹' 수준이다.
◇ "핵실험 증거확보 실패…북한, 철저한 봉쇄" = 한·미 양국의 정보당국은 핵실험 직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방사능 물질 포집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실험 후 방사능 물질 확보는 '시간싸움'이다. 제논과 크립톤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핵실험 성격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제논과 크립톤의 구성비율은 핵실험후 24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플루토늄탄, 크립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우라늄탄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우라늄탄을 이용한 핵실험의 경우 방사능 물질이 2∼3일 내에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핵실험 직후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를 중심으로 방사성 물질 탐지작업을 벌였으나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3차 핵실험의 '흔적'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봉쇄기술이 진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당시에도 방사성 물질의 99.9% 이상이 봉쇄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3차 핵실험은 지하 핵실험 중에서도 수직갱도가 아니라 수평갱도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산 아래에 수직 갱도를 깊숙이 판 뒤 거기서 다시 수평 갱도를 파 들어가고 여러 개의 굴곡을 만든 다음 시멘트와 석고, 철판 등으로 폭파 지점을 겹겹이 봉쇄하는 방식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하갱도가 깊숙한데다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수 없도록 매우 튼튼하게 봉인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 "믿었던 WC-135도 증거 못 찾아" = 그나마 우리 정부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최첨단 탐지능력을 갖춘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정보당국 역시 이번 핵실험 이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3차 핵실험 직후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대기분석용 특수정찰기 WC-135를 띄워 방사능 물질 포집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정보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콘스턴트 피닉스'(constant phoenix)로 불리는 WC-135는 동해상을 직접 비행하며 24시간 내에 제논과 크립톤 등 방사능 물질을 포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실험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결정적 열쇠를 찾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미 공군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C-135로부터 아직 임무수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rhd@yna.co.kr 2013/02/21 11: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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