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7개 시나리오…허와 실은?>
2014/12/08 17:21
이중 고리에 둘러싸인 소행성 '커리클로'(서울=연합뉴스)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텔레그래프, 소행성 지구충돌·인공지능·핵전쟁 등 꼽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2) 박사가 지난주 인공지능(AI) 발전이 인류의 생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인류 멸망 시나리오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인공지능과 함께 핵전쟁, 소행성의 지구충돌, 인공적 전염병, 입자가속기, 지구온난화와 같은 요인으로 실제 파국이 연결될 가능성을 짚어보았다.
텔레그래프는 인류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실재가 아니라 일종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며 이를 움직이는 존재가 작동을 멈춘다면 대책이 없다는 학계 일각의 주장도 멸망의 시나리오에 포함시켰다.
1. 소행성의 지구 충돌
6천500만년 전 멕시코에 떨어진 소행성은 세계 전체에 혹독한 추위를 몰고 와 공룡을 절멸시켰다. 1908년에는 시베리아에 이보다 작은 소행성이 엄청난 면적의 삼림지대를 황폐화했다. 지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마틴 리스 명예교수를 포함한 100명의 과학자들은 최근 소행성 충돌이 수세기 동안 인류가 당면할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경고하고 글로벌 경보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소행성 충돌은 우리의 생애에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소한 지난 30억년 동안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쓸어버릴 정도로 큰 소행성의 충돌은 없었다. 다만, 공룡을 멸종시킨 규모라면 인류도 멸망하고 인류 문명은 끝장날 것이다.
2. 인공지능
호킹 박사는 수십년 안으로 현존하는 컴퓨터보다 수천배의 능력을 갖춘 컴퓨터들이 인류의 권력을 찬탈, 10만년 동안 이어진 인류의 지구 지배를 종식할 것을 우려했다. 테슬라 전기차와 페이팔을 만든 천재 엘런 머스크도 "악마를 불러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일부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이 폭발적 수준으로 신장되는 이른바 '특이점'(特異點)이 수십년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때가 되면 인류는 식량 분배와 발전소, 식수와 하수 처리, 금융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스템 거의 전부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기계들은 총알 한 방도 쏘지 않고 인류를 굴복시킬 수 있다.
컴퓨터의 능력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지만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 모든 걸 차지하고 싶어할지는 미지수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컴퓨터라도 그 지능은 바퀴벌레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계가 인류를 지배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기계들이 지구에 있는 한 지구를 파괴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3. 인공 전염병
실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장 위협적이다. 에볼라의 경우 전파가 쉽지 않고 감염되는 사람들이 바로 죽어버리는 바람에 세계적인 전염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서도 감염되거나 수주일 간 증상이 없이 잠복하고 있다면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낼 수 있다. 테러집단들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변형시킬 능력이나 시설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무기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누군가가 시도해볼 개연성이 있다.
4. 핵전쟁
소프트뱅크 휴머노이드 '페퍼' (EPA=연합뉴스)
지구상에는 1만5천기의 핵폭탄과 탄두가 존재한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인류를 몇 차례나 죽일 수 있는 분량이다. 2011년 NASA(미국 항공우주국) 과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히로시마급 원자폭탄 100개를 터트리는 핵전쟁이 벌어진다면 지구의 기온을 10년 동안 1.2℃ 떨어트릴 만큼의 낙진을 뿌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다. 9개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국가가 핵클럽 가입을 바라고 있다. 핵클럽 후보국들은 또한 민주주의적 국가들이 아니다.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에 글로벌 핵전쟁이 벌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죽지는 않겠지만 수십억이 죽고 세계 경제는 100년 동안 좌초할 것이다.
5. 입자가속기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강입자가속기(LHC)가 가동되기 전에 독일 과학자 오토 로슬러는 문제를 제기했다. 강입자가속기를 잘못 다루면 실수로 조그마한 블랙홀이 생겨 지구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가속기에서 생기는 충돌은 우주광선이 지구에 부딪히는 자연적인 충돌보다 에너지가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현재보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LHC가 등장한다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시나리오가 가능성은 작다며 굳이 주택보험을 해약하지는 말라고 충고했다.
6. 신적 존재의 실험 중단
많은 과학자는 우주에 무언가 미심쩍은 것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본적 힘과 질량을 지배하는 물리학 상수들이 생명체가 존재하게끔 아주 정교하게 조율돼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도 우주는 미리 짜놓은 각본일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에는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이 모의실험설을 제기했다. 우주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외계의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의 하나일지 모른다고 추측한 바 있다.
보스트롬은 몇가지 가정을 근거로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실재가 아닐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당혹스럽게도 외계 생명체의 존재 증명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것은 우주가 실재가 아니라는 간접적 증거일지 모른다.
텔레그래프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가상의 세계 뒤에 있는 존재가 자비를 베풀어 세계를 움직이는 스위치를 꺼버리지 말 것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덧붙였다.
7. 지구 온난화
오늘날 진지한 과학자라면 거의 모두가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를 의심치 않는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최신 보고서는 앞으로 지구의 기온은 현재보다 3~4℃ 높은 수준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처하는데 인류가 온갖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문제다.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달하는 시점이면 지구 온난화의 충격이 실질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수천만이 집을 잃고 농업도 극적인 변동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일부 지역에서는 재난이 되겠지만 대서양에 접해 기온 상승이 제한적인 북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는 피해가 덜할 것이라며 희소식은 다른 멸망의 시나리오들과는 달리 우리가 손을 쓸 기회가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jsmoon@yna.co.kr 2014/12/08 17: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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