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문명 - 역사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
[한민족 시원, 만주] 동방 르네상스를 꿈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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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문명은 중국, 한국 누구의 것도 아니다” | |
국경도 나라도 없던 시절… 동북아 시원문명 일뿐 역사란 흐름과 교류의 역사…민족주의 매도 안돼 |
일본강점기까지 ‘만주’라고 불렸던 중국의 동북 3성인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은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 발해 등의 터전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이 펼쳐진 우리 민족의 주요한 활동무대였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 곳곳에는 한민족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최근 만주 일대에서는 고조선과 관련이 있는 유적과 유물이 잇따라 발굴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만주에서 펼쳐진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복속하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 웅대하게 펼쳐졌던 우리 민족의 역사가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평화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사장 법륜스님)은 해마다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 ‘만주 역사기행’에 나서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역사특강을 개최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평화재단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린 역사특강 ‘청년, 역사를 만나다’는 동북아 문명의 시원인 요하문명으로부터 시작해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한겨레>는 법륜 스님 등 다섯 명의 특강 내용을 11차례로 나눠 영상과 함께 <인터넷한겨레>에 싣는다. 우리 민족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다잡고 역사적 지평을 넓히는 길안내다.
▶요하문명과 역사공정의 축소판 요하문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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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하상주단대공정, 중화문명탐원공정, 동북공정 등 일련의 역사 공정을 통해 요하일대에서 중화문명이 발생했다고 보기 시작했다. 중화문명이 요하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이 일대 모든 민족들이 황제의 후예라는 것이다. 이것이 ‘요하문명론’의 실체다.
중국 심양시 요녕성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 가운데 하나인 <요하문명전>을 보면, 요하문명의 실체와 중국의 의도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요하문명전은 지난 2006년 6월에 처음 시작하면서 3개월만 전시를 하기로 했는데, 지금은 영구전시로 바뀌었다. 안내 도판인 ‘5제(帝) 시대의 3대 집단’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시기별로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상고사의 주역을 3대 집단으로 재편…“모두가 황제의 후예”
» 중국은 요하문명이 발견되면서 상고사의 주역을 3대 집단으로 재편했다. 중원의 화하족을 화족과 하족으로 분리해 앙소문화 지역만을 염제 신농씨의 화족으로, 산동반도 인근의 전통적인 동이족 지역과 그 남부의 전통적인 묘만족 지역을 묶어서 하족으로, 요동과 요서를 포함한 지역을 황제족으로 명명했다. 우실하 교수 제공 |
‘5제 시대의 3대 집단’ 도판은 중국 상고사의 주역을 새롭게 3대 집단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요하문명론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각이 담겨 있다. 기존의 모든 사서들은 중원의 화하족을 중심으로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 있었다는 식으로 역사를 기술했었다. 화하족이 가운데 있고 나머지 동서남북에 오랑캐, 야만인들이 있었다는 것이 중국의 정통적인 역사관인 화이관(華夷觀)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화이관을 깬 것이 요하문명의 발견이었다. 중원문명보다 앞서 있고, 발달된 문명이 발견되었는데 여전히 그들을 야만인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대 중국사를 이끈 집단을 다시 재편했다. 이 3대 집단이란, △중원의 화하족을 화족과 하족으로 분리해 앙소문화 지역만을 염제 신농씨의 화족으로 △산둥반도 인근의 전통적인 동이족 지역과 그 남부의 전통적인 묘만족 지역을 묶어서 하족으로 △요동과 요서를 포함한 지역을 황제족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것은 동아시아 상고사 전체를 재편하는 아주 무서운 전략이다. 기존의 동이, 서융, 남만, 북적 등을 모두 중화민족에 넣은 것이다. 신화시절부터 요하일대는 모두 황제의 땅이라는 것이고, 북방의 모든 소수 민족은 황제와 그 손자뻘인 고양씨 전욱과 고신씨 제곡의 후예라는 주장이다.(기존에는 황제는 북경 부근, 고양씨 전욱은 황하 중류의 위쪽, 고신씨 제곡은 황하 중류의 아래쪽이 세력권이라고 보았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에서 발원한 단군, 웅녀, 해모수, 주몽 등은 모두 황제의 후예가 되어 버린다.
▶“고구려와 수·당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라 내전”
» 요하문명전 제1전시실 문명서광. 중화문명의 서광이 요하에서 비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조현 기자
제 1전시실 ‘문명서광’(文明曙光)의 핵심 내용은 중화문명의 서광이 요하에서 비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 중국은 최초의 원시촌락사회를 ‘앙소문화의 반파유적’으로 보았고, 문명의 서광을 장강유역의 하모도문화로 보았다.
제2전시실 ‘상주북토’(商周北土)는 요하문명 지역이 상나라, 주나라 시대부터 중원 왕조에 속해 있는 북쪽의 영토였으며, 이 시대부터 이미 북방의 모든 소수 민족은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이 뼈대다.
제3전시실 ‘화하일통’(華夏一通)은 진나라, 한나라 시대를 기점으로 만주 일대가 중원 왕조의 판도 안에 들어왔고 이 지역의 모든 민족은 화하족(중화민족)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고구려와 수나라가 싸우고, 고구려와 당나라가 싸운 것은 전쟁이 아니라 내전이라고 주장한다. 전쟁은 독립국가끼리 하는 것이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싸운 것은 전쟁이 아니라 내전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고구려를 말할 때 항상 ‘동북지방정권 고구려’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4, 5전시실 주제는 각각 ‘거란왕조(契丹王朝)’와 ‘만족굴기’다. 거란과 만주족 청나라의 역사가 모두 중화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인들은 칭기즈칸(1162~1227)을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벌이는 역사 공정은 기본적으로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모든 민족은 신화시절부터 중화민족이고, 그들의 역사는 중국사라는 것이다. 이런 역사관을 한국인이나 몽골인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요하문명전이 열리고 있는 중국 심양시 요녕성 박물관 내부의 모습. 맨 위가 제 5전시실이다. 조현 기자
▶요하문명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
그럼 진짜 요하문명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앞으로 끊임없는 연구를 하고 토론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지역은 중원과 전혀 다른 문명권이었다는 사실이다.
동북아시아 지형도를 보면 신석기시대 4대 문화가 왜 만주와 한반도로 전파되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통해 몽골초원을 거쳐 전파되었다. 몽골초원에서 대흥안령 남단을 거쳐 요서·요동지역으로 넓게 이어진 초원 길을 두고, 사막과 강과 산맥을 넘어서 중원지역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었다. 북방 유목 민족은 광대한 초원을 동서로 넘나들며 동·서 문화를 뒤섞었다. 그 동쪽 끝에 만주와 한반도가 있었다.
» 신석기 시대 4대 문화권 지도. 만주일대와 한반도 주역은 신석기 4대 문화권이 모두 중첩되는 세계 유일한 곳이다.
출처 정수일 ‘고대 문명 교류사’(사계절 출판사 2002. 70쪽) 그래픽 문석진
요하문명에서 발견한 유물과 유적 가운데 중원에서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있다. 빗살무늬토기, 피라미드식 적석총, 치를 갖춘 석성, 비파형동검 등이 그것이다. 이는 요하문명을 주도한 세력이 중원 세력과 다른 집단이며, 주맥이 만주와 한반도, 일본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화권은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4대 문화인 빗살무늬토기문화, 거석문화, 채도문화, 세석기문화를 모두 수용하고 융합했다. 요하문명 세력들이 앞선 새로운 문명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신석기시대 4대 문화권이 중첩되고 융합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이 지역이 유일하다.
▶“요하문명은 동북아의 시원문명이다”
그렇다고 요하문명 세력들이 전부 한반도로 내려왔다고 볼 수는 없다. 당연히 중원으로도 들어갔다. 요하문명을 놓고 ‘중국 것이다, 한국 것이다’라고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역사란 흐름과 교류의 역사다’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옛날에는 국경도 나라도 없었다. 현재 중국 땅에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요하문명을) 독자적으로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이는 ‘역사 민족주의’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주변국과 공유하며 공동으로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요하문명을 ‘동북아시아 시원문명’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지만 요하문명을 중국 것, 우리 것이라고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시원문명이다. 이런 공통의 인식 위에서 새롭게 동북아문화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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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고사 연구를 위한 방향
요하문명은 중국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상고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상고사 연구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단군 신화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동북 민족과 우리 민족을 연결하는 새로운 역사의 기틀을 짜야 한다. 우리도 중국인처럼 북방 민족을 야만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부터 소중화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만주 일대가 유목과 수렵문화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 지역에서 6천 년 전 흥륭와문화부터 조와 기장을 중심으로 한 농경을 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홍산문화 후기에 오면 대규모 농경이 이루어진 가장 앞선 선진문명을 가졌다는 것이 발굴을 통해 증명되었다.
셋째, 요하문명이 중원문명과 전혀 다른 ‘제5의 문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요하문명은 황하문명보다 앞섰고, 세계 어디에도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명이기 때문이다.
넷째, 한반도 중심의 역사관을 만주, 몽골 초원,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넓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하문명 지역에서 출토된 신석기와 청동기, 특히 옥기를 연구할 학자를 길러야 한다.
▶‘동방 르네상스’를 위한 제안
서구문명이 한계에 이르자 서구인들은 ‘그리스·로마문명’의 전통에서 ‘고대로부터의 빛’을 발견했고, 이를 ‘르네상스’로 재구성하였다.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피를 수혈해 승승장구하던 서구문명은 20세기를 지나면서 또다시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였다. 이제 20세기 문명의 한계를 넘을 ‘고대로부터의 빛’은 동방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동방 르네상스’다. 문명의 뿌리를 함께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진정한 동방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 한·중·일·몽골이 함께 열어갈 동방 르네상스를 꿈꾸며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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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이루려면 ‘어디까지가 우리 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 역사를 ‘흐름과 교류의 과정으로 보는 새로운 역사관’과 ‘열린 민족주의’를 한·중·일·몽골이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상고사에 대한 인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둘째, 요하문명이 탄생할 때는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없었다. 주변의 모든 국가가 요하문명을 ‘동북아 시원문명’으로 삼아 공동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를 21세기를 위한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한·중·일·몽골의 학자가 연계해야 한다. 그래서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문화철학을 가꾸어 가야한다. 이런 문화철학을 바탕으로 ‘동방 르네상스’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7천년, 8천 년 전 요하문명처럼 동북아시아에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우실하 교수(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woosilha@kau.ac.kr 정리 박종찬 기자
출처 : 한겨레 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404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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