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복수?…
새끼 잃은 코끼리떼, 인도네시아 마을 습격
송고시간 | 2017/10/29 11:07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주 현지 야생당국이 북수마트라 주 랑캇 리젠시(군·郡)에서 이달 중순
발생한 코끼리 떼의 마을 습격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일간 아날리사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 코끼리들이 사람들이 방치한 구덩이에 1살짜리 새끼가 빠진데 격분해 인도네시아의 한 시골 마을을 집단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9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수마트라 주 랑캇 리젠시(군·郡) 바탕 스랑안 지역의 한 마을은 지난 17일 갑작스레 코끼리 떼의 공격을 받았다.
수컷 두 마리와 암컷, 새끼 등 12마리로 구성된 코끼리 떼는 마을내 주택 20채 중 5채를 무너뜨리고 과수 18그루를 부러뜨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다행히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은 주민은 나오지 않았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 인접한 이 마을 주변에선 예전에도 종종 코끼리가 발견됐지만,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수마트라 천연자원보호국(BKSDA) 당국자는 "현장 조사 결과 코끼리들은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에 1살짜리 새끼가 빠지자 사람들이 놓은 덫인줄 알고 마을을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덩이에 빠진 새끼 코끼리는 며칠째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22일 결국 폐사했다.
북수마트라 천연자원보호국과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측은 지난 21일 새끼 코끼리의 위치를 확인했으나 주변을 지키는 어미 코끼리 때문에 구조작업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끼리 떼는 새끼 코끼리가 폐사한 뒤에도 한 동안 그 자리에 머물며 사람의 접근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마트라 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다. 이는 '야생 상태 절멸'(Extinct in the Wild)의 바로 앞 단계다.
2007년 2천400마리였던 수마트라 코끼리의 야생 개체수는 2014년에는 1천700마리까지 줄어들었다. 주된 원인으로는 상아를 노린 밀렵과 서식지 파괴, 농작물 훼손에 대한 보복으로 농민들이 뿌린 독극물 등이 지목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hwangch@yna.co.kr 2017/10/29 11: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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