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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빚을 졌나 ?

미국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빚을 졌나 ?

아시아경제 | 기사전송 2011/08/01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미국은 어쩌다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됐나?

미국은 세금 때문에 독립한 나라다. 미국 혁명전쟁의 시발점이 된 보스톤 티파티 사건은 결국 당시 영국 왕인 조지 6세의 미국 식민지에 대한 과도한 세금 징수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만큼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세금은 내기 싫고 돈 쓸데는 많은 괴리 사이에 빚이 들어앉을 자리가 생긴다. 미국의 1950년대 최고 소득세율은 80%가 넘었고, 국가부채는 사실상 한푼도 없었다. 지금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40%가 안돼 국가부채는 GDP의 100%를 막 넘기려 하고 있다. 도대체 그많은 국가부채는 어디에 쓴 것일까?

◆감세와 국방비가 빚의 주범=먼저 감세다. 2001년에서 2009년 사이 이른바 ‘부시 감세“로 불리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로 인한 세입 손실은 약 1조2000억 달러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은 매출없는 소비인 전쟁이다. 2001년 이후 이락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한 전비가 약 1조 5000억 달러 가량 들어갔다. 여기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결정타를 가했다. 이른바 TARP로 불리는 구제금융 법안에 약 8000억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갔고, 불황을 막기 위한 경기 부양책고 긴급 구호, 그리고 경기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가 겹쳐 2조 달러를 추가로 빚졌다. 그리고 이제는 다급해졌다.

지난 5월 미국과 프랑스가 주축이 된 나토국이 ‘인권’을 빌미로 리비아 폭격을 개시하자 미국인들의 관심은 쏠린 곳은 발음도 하기 어려운 카다피에게도, 폭탄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에게도 아니었다. 미국이 날린 미사일 한발의 가격은 얼마인가, 오늘 밤은 얼마치를 쏟아부었는가, 저 돈을 어찌 다 충당할 것인가였다.

아프간 전쟁 장면이 보도될 때에도 반응을 비슷하다. “도대체 우리가 왜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 수 천 억 달러를 써가면서 저 누더기를 걸친 이슬람들과 싸우고 있는가?” 돈 드는 짓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중동 개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인권도 반전평화 시위도, 9.11 음모설도 아니다. 돈이다.

국채는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앞당겨 쓴 부채다. 따라서 국채의 신뢰성은 국가가 그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국가 빚은 결국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이번 국채발행 상한 확대 논란이 미국을 부도 직전까지 몰아넣은 가장 큰 이유도 대중들이 세금을 내기 싫었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지출 줄이는 일은 불가능=세금을 더 내기 싫다면, 정부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세출 구조를 보면 적자폭 삭감이라는게 그리 녹록치 않다. 다들 법으로 묶여있는 예산이고 경상 사업비와 국방비(6800억 달러)를 제외하고는 줄일만한 항목이 없다.

게다가 국방비 가운데 1500억 달러도 퇴직군인 연금 및 보훈 예산이다. 나머지는 군인 급여 및 기본 시설 유지비에 할당된다. 군축을 하지 않는 한 국방예산 감축은 어렵다. 그래서 균형재정론자들은 해외에 있는 700여개의 미군기지를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한다. 평화주의라서가 아니라, 돈 들어가는게 싫다는 거다. 그렇다고 국방비를 줄일거라고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무기가 뒷받침 되지 않는 달러는 문자 그대로 종이돈에 불과하다.

아직 언론보도에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이번 타협안에 포함된 국방예산 감축이라는 것도, 말하자면 가상의 예비비를 잡아놓고 그걸 삭감하는 식이다. 즉 매년 약 500억 달러의 전쟁 예상 비용을 예산 예측에 삽입하고서는 이를 삭감하는게 예산 적자폭을 줄였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비유를 하자면, 오늘 저녁에 10만원 어치 술을 먹겠다고 계획을 잡아놓고는 실제로는 5만원어치만 먹었으니까 5만원 절약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전쟁 예산은 만일 실제로 전쟁이 난다면, 무조건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비용이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를 ‘plug'이라고 불리는 ’예산 편성상의 트릭‘이라고 평가한다. 사건이 생기면 어차피 쓸 돈인데 계상하지 않고는 절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부시 감세 때도 비슷한 방식의 트릭을 썼다. 당시 장기 예산 추정안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예비비 지출을 단 한푼도 계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반대론자들은 “미국에는 폭풍도 없고, 홍수도 안나냐?”고 비난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침수시켰을 때는 국채로 감당했다.

경상사업비는 이른바 개발 예산이다. 경상사업비를 줄이면, 가뜩이나 불황 직전에서 헤매이는 미국 경제에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도리가 없다. 나머지는 복지 예산인데 실제 사회보장연금과 같이 국민들의 보험료로 지불하는 예산이라 세입세출과는 별 상관이 없거나, 노인의료지원제도와 같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회복지 제도이다. 나라 돈 떨어졌다고 노인들더러 치료 못해주겠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화당이 먹잇감으로 삼는 항목은 아직 실현되기 이전인 국민의료보험(지난해 입법) 관련 예산에 상한을 씌우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아직은 진행되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세법 허점많아 세수확대도 미지수=다른 방법은 세입을 늘리는 것, 다른 말로 해서 세금을 더 걷는 것 뿐이다.

세금 때문에 아우성이라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의 조세부담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이 24%로 캐나다의 31%, 영국의 34%, 프랑스의 42%, 독일의 43.5% 보다 훨씬 낮다. 심지어 미국에는 연방 차원의 부가세도 없다(일부 주에는 존재). 심지어는 한국보다도 조세부담률이 낮다. 거기에다 조세 체계의 구멍(loop hole)이 너무 많다. 다국적 대기업들의 로비 덕택으로 미국의 조세체계는 완전히 누더기 신세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지난 2010년 1백4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단 한푼의 법인세도 물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자로 설계는 부실했지만, 절세에 관한 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고 할만 하다.

칼터 대학의 이안 리 교수는 “세금을 추가 징수할 수 있는 미국의 재정 능력은 유럽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이것이 외국인들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즉, 경제적으로는 세금을 더 걷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채 논란은 미국 정치, 경제 체제가 과연 미국인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 부호를 찍게 만들었다. 그것은 미국의 체제 유지 능력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며, 달러화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문이 답을 찾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로마제국은 재정이 거덜나자 국가가 위조지폐를 만들어 통용시켰지만, 그후로도 망하는데는 300년이 넘게 걸렸던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이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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