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속 얘기들 !

+ 코끼리 350마리 '의문의 떼죽음'..지구의 경고?

 

 

 

코끼리 350마리 '의문의 떼죽음'..지구의 경고?

 

박수현 기자 입력 2020.09.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들이 의문의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코끼리들의 죽음이라 하면 으레 값비싼 상아를 노린 밀렵을 떠올리겠지만, 숨진 코끼리들에게는 상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떼죽음은 지난 5월 초 아프리카 코끼리 3분의 1이 서식하고 있는 보츠와나에서 시작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국립공원 구조대'의 니얼 매캔 박사는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두달 사이 350마리가 넘는 코끼리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매캔 박사는 "동료들이 5월 초 오카방고 삼각주 상공을 비행하며 169구의 코끼리 사체를 발견해 보츠와나 정부에 경고를 했으나, 한 달 뒤 또다시 187구의 사체를 추가로 발견했다""이번 코끼리들의 죽음은 자연재해와는 무관하며 규모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백 마리의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원인을 아는 이가 없었다. 추측만 난무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상아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들어 밀렵을 원인에서 배제했다. 매캔 박사 또한 "밀렵꾼들이 청산가리를 사용했다면 코끼리 외 다른 동물들도 죽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탄저균 감염, 살충제도 사체 검사 결과 원인에서 배제됐다.

 

코끼리들의 죽음에 공통점이 있긴 했다. 숨진 코끼리들은 모두 죽기 전 원을 그리며 돌았으며, 얼굴을 바닥에 대고 죽었다. 맥캔 박사는 "코끼리들의 신경계가 파괴된 것처럼 보인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츠와나의 떼죽음에서 석달이 지난 후, 이 지역에서는 숨진 코끼리 8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의문의 죽음은 이웃나라 짐바브웨까지 번져가 짐바브웨에서는 이날까지 22마리의 코끼리 사체가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은 숨진 코끼리들의 표본을 수집해 연구한 끝에 가설을 두 가지로 좁혔다. 바로 '녹조''설치류 바이러스'였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보츠와나 오카방고에서 숨진 코끼리들은 70% 가량이 녹조가 떠다니는 물웅덩이 근처에서 사망했다. 과학자들은 코끼리가 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하루에 수백 리터의 물을 마신다며 녹조의 독소에 취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크리스틴 고스덴 리버풀대 교수는 "코끼리들은 BMAA라 불리는 독소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고 숨진 고래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라며 이 성분이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숨진 코끼리의 뇌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끼리가 EMC라는 설치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가설도 유력하다. 오카방고 삼각주 인근에서는 농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코끼리가 풀을 뜯어먹으며 설치류와 접촉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설이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이 바이러스로 64마리의 코끼리가 사망하기도 했다. 로이 벤지스 전 크루거 국립공원 수의사는 "보츠와나에서 죽은 코끼리들의 증상은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본 코끼리들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동물 감염병 연구가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과학자들은 여전히 코끼리 떼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 중이다. 맥캔 박사는 "만약 코끼리들이 독에 중독된 것이라면, 인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90410195918128&MRH_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