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미국, 금덩이 안팔고 있는 이유는 ?
2009년 11월 13일 (금) 09:07 이데일리
- 현 상황에서 금매도는 자멸의 길 - 美국채 대신 금 사라 부추기는 꼴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연간 재정적자 규모 1조7000억달러, 정부 총부채 12조달러. 바로 미국의 재무재표 내용이다. 우리나라였다면 `금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 국채보상에 나설법도 한데, 세계 최대 금보유국 미국은 꿈쩍도 않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미국 정부의 금 보유량은 세계 최대다. 재무부가 보유한 금괴는 2억6150만 온스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정부가 보유한 금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최근 시세인 온스당 1100달러에 팔면 2880억달러를 거머쥐게 된다. 충분치는 않지만 팍팍한 나라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뉴욕연방은행 등 전국 연방은행 창고에 금괴를 쌓아두고 있을 뿐 전혀 팔 생각이 없다. 12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달러 붕괴 부채질..심리적 불안 야기 우선 금 매각이 불러올 달러 붕괴의 위험성을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귀금속협회 이사이자 로스랜드캐피탈의 경제 고문인 제프리 니콜라스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보유고에서 금을 내다팔기 시작하면 이것은 달러 약세의 신호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 측면에서 미국 정부가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통화(달러) 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본위제 붕괴후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실체를 지닌 재화로서 금에 대한 전세계의 욕구가 여전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 팔아봤자 실질적 도움 미미 향후 금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부담. 현재 영국 총리로 있는 고든 브라운은 10년전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정부가 보유한 금을 마구 팔아댔다. 1999년~2002년 사이 브라운 총리가 팔아치운 금의 양은 400톤. 영국 정부 보유량의 60%에 달했다. 당시 평균 매도가는 온스당 275달러. 만일 그가 10년만 더 참았다면 당시 보다 4배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인 주디 셸턴은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고든 브라운 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온스당 1100달러에 금을 팔아버렸는데 내년에 금값이 2000달러로 가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재무부가 금을 팔아 재정을 충당한다 해도 실질적인 기여율은 미미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부양책에 7870억달러, 은행 구제금융에 7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마당에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아봤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였던 라일 그램리는 "연준은 경제에 돈을 공급할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굳이 재무부가 금을 팔아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현 상황에서 금매도는 자멸의 길..美국채 수요만 반감 무엇보다도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 매집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 판국에 금을 내다 파는 것은 다른 나라 금고만 채워주는 격이다. 특히 채권을 찍어 해외에서 돈을 조달해야 하는 미국 재무부 입장에선 금을 내다 파는 것은 대재앙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다. 금에 대한 선호가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에서 시중에 금이 풀리면, 금을 사지 누가 재무부 채권을 사들이겠는가. 결국 재무부가 시장에 금 매물을 풀어놓는 것은 스스로 미국 국채 수요를 줄이는 꼴이다. 일각에선 미국 재무부가 금을 팔든 말든 그것과 무관하게 각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 선호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셸턴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 국채의 가치도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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