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테러' 140여명 사상…9·11악몽 재연
(종합4보) 2013/04/16 18:42
두차례 폭발, 폭발장치 2개 추가 발견…FBI, 테러로 간주
'美본토 공격' 9·11後 최대공포…오바마 "범인 반드시 잡겠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2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이 부상,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고 이중 중상자가 많아 전체 사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 당국은 정확한 사건 원인을 현재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알 카에다 요원들이 미국적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시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충돌시킨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의 공포에 휩싸였다.
9·11 테러 이후 12년만에 미 본토에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폭발 사건이라는 점에서다.
◇ 두 차례 폭발 잇따라 발생
미 언론들에 따르면 2차례의 폭발은 오후 2시50분께 보일스턴 가(街)에 설치된 결승선 근처에서 12~16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두 폭발 지점은 서로 170m가량 떨어져 있었다.
보스턴 경찰은 이날 폭발로 8세 소년을 포함해 모두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부상자는 당초 120∼130명대로 전해졌으나 계속 늘고 있는 상태다. CNN방송은 현지 병원들에서 부상자 최소 14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위독한 상태인 환자도 17명에 달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부상자들은 대회에 지친 선수들을 위해 마련돼 있던 의료 텐트나 인근의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마라톤대회 현장뿐만 아니라 보스턴의 존 F. 케네디(JFK) 도서관에서도 폭발이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 경찰은 도서관의 폭발은 마라톤대회 폭발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 FBI, 테러로 간주…오바마 "범인 반드시 잡겠다"
조사중 사건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미국 수사 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사건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난 미국 보스턴 마라톤 현장 부근에서 폭발장치 2개가 추가로 발견된 점 등으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FBI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정보관리는 "이번 폭발이 '공격(attack)'으로 보인다"면서도 "동기가 무엇이고 누구 소행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기한이 만료된 학생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을 포함해 복수의 사람들을 신문하는 등 사건 원인 규명을 위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폭발 관련 수사를 위해 15일 밤 보스턴 근교 리비어(Revere)의 한 아파트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유력한 만큼 이번 사건은 시민들 사이에서 2001년 9·11 테러를 상기시키며 광범위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보스턴은 9·11 테러의 상처를 받은 또 다른 도시라고 할 수 있다고 보스턴글로브는 지적했다. 보스턴 소재 로건국제공항은 9·11 테러 당시 공격용으로 이용된 피랍 항공기 중 2대가 이륙한 곳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폭발 사고와 관련해 "용의자와 범행 동기 등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 피투성이 부상자들과 절규로 아수라장
폭발로 마라톤 대회장 인근은 피를 흘리는 부상자와 현장에서 빠져나가려는 관중,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 등으로 큰 혼란을 빚었다.
대회 참가자인 프랭크 드라이터는 "많은 사람이 쓰러졌다"고 전했다. 그는 다치지 않았다.
다른 대회 참가자인 로라 맥린은 "두 차례의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사건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현지 지역 TV에는 폭발 잔해물이 흩어져 있는 거리의 혼란스런 모습이 방송됐다.
폭발이 일어난 이후 비상 계획에 따라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 대회 참가 선수들은 대회 코스가 아닌 다른 장소나 가족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 등으로 인도됐다.
◇ 보스턴·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 경계 강화
보스턴은 폭발 이후 사건 현장과 프루덴셜타워, 레녹스 호텔 등 인근 건물에 대피령을 내렸고 추가 폭발에 대비해 지하철 운행 중단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사법 당국은 잠재적인 원격 기폭을 막으려고 보스턴 지역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중단했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스턴 폭발사고 인근 지역에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을 설정했다.
미국 뉴욕 경찰은 보스턴의 폭발사고 발생 직후 시내 주요 건물에 대한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비밀경호국(SS)은 워싱턴DC 도심에 있는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경호원들이 곳곳에서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도 경계수위를 높였다. 이달 28일 열리는 '오클라호마시티 메모리얼 마라톤' 대회도 보안 방안이 재검토된다.
◇ 뉴타운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마라톤에서 참사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미국 독립전쟁 때의 애국적 투쟁을 기념해 열리는 행사 중 하나로 세계 4대 마라톤대회에 포함된다.
올해로 117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26명을 추모하는 의미로 마라톤 코스 중 26마일에 특별한 표시물을 세웠다.
올해 대회에는 96개국에서 2만3천∼2만7천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leesang@yna.co.kr kimhyoj@yna.co.kr 2013/04/16 18: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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