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앙에 대한 “ 마지막 경고들 “
글 /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 이 기사는 2010년 7월호 기독교사상에 실린 글입니다.
1. 들어가는 말
기후 재앙은 이미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단지 우리가 일교차가 10도 이상 되는 날씨에 익숙해 있으며, 빈번해진 이상 기후와 지진 등을 통해 자연의 예측가능성이 무너진 점과 변화무쌍함을 당연시하게 되었으며, 특히 주식(쌀)의 자급자족으로 인해 기후 재앙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2003년 여름, 유럽 지역의 폭염으로 인해 35,000여 명이 사망하고 인도에서도 15,000여 명이 사망한 사태, 2005년 8월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즈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2,500여 명의 사망자와 2만 명 이상의 실종자, 10만 명 가까운 이재민을 냈던 사태, 이미 11년째 계속되는 가뭄을 겪고 있어 쌀 생산량이 거의 2%로 줄어든 오스트렐리아 사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2007-8년 사이에 북부 시리아의 160여 개 마을에서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게 된 사태, 그리고 지난 겨울 몽골에서 섭씨 영하 5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잦을 정도의 혹한으로 인해 가축 820만 마리가 동사한 사태,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수퍼 태풍, 가뭄과 식량생산 감소로 인한 식량난과 식수난 등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기후 재앙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재앙들이 갑자기 닥쳐온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상당부분 이미 예견되고 있었던 재앙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 재앙은 이제 단지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 그 재앙이 본격화하는 단계가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겨울의 혹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09년 전 지구 기후보고서(2010)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오스트렐리아를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열파와 한파가 나타나 산불과 가뭄, 태풍이 심했지만, 2009년 연평균 기온은 “관측기기를 이용한 기후 관측 기록이 시작된 1850년대 이후 5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로 기록되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중요한 원인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학자들 사이에 복잡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1) 인위적인 요인들, 즉 인구 폭발, 새로운 도시 건설과 농경지 확보를 위한 삼림파괴, 화석연료 연소, 축산업, 비료 사용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영향과 (2) 자연적인 요인들, 즉 지구의 공전궤도 변화, 태양 활동, 우주광선의 영향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심지어 인위적인 요인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부인하는 반대론자들조차도 1950년 이후의 기온 상승은 인위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온실가스의 증가는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초래한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기후 체계의 복잡한 물리-화학-생물-해양학적 연쇄반응과 피드백에 관한 지식에서 비록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7,000여 개 관측 지점에서 육지와 해상의 온도를 측정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특히 1980년 이후 인공위성을 통한 관측과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수많은 연구와 논쟁을 거쳐서, 기후변화의 기본 과정들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
분명한 사실은 지난 900년 동안 지구 기온이 점차 조금씩 내려가다가 20세기 이후부터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90ppm에 달해 지난 65만 년 동안 가장 높다는 사실, 또한 지난 10,000년 동안의 지구의 평균온도에서 지난 50년 동안이 가장 높았으며, 지난 100년 동안 온도가 가장 높았던 연도들은 모두 1980년 이후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지구는 점차 조금씩 더워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 기후예측 능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은 최근에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미래의 기후예측과 관련하여 “마지막 경고”를 울린 이유들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경고”를 검토해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대재앙의 임계점, 그 “문턱”이 21세기 중반 이후가 아니라 이미 지났거나 앞으로 20~30년 후로 훨씬 더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마지막 경고”를 경청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풍성한 생명”을 목표로 하는 신학과 목회에서 매우 중요한 기초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2. IPCC 제4차 보고서(2007)와 “마지막 경고”를 울린 과학자들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25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 130개 국가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평가한 IPCC 제4차 보고서(2007)는 현재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백한” 확신과 또한 인간의 활동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거의 틀림없는 확신”(90%)이라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 즉 “지난 42만 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넘어 본 적이 없고, 지난 2천만 년 동안에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 대기 중으로의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3/4은 화석연료의 연소로 인한 것이다. 그 나머지는 주로 토지 이용도의 변화, 특히 산림 개간 때문이다”라고 결론내림으로써 최근의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혔다. 또한 이 보고서는 21세기 말까지 지구 표면온도가 섭씨 1.4~5.8도 상승할 수 있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섭씨 4.5도 상승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세기 동안에 이렇게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는, 1,000년에 약 1도 상승하는 자연스러운 온도 변화 속도보다 45배 혹은 58배 더 빠른 속도인 것이다.
또한 이 예측대로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4.5도 상승한다는 것은, 육지가 해양보다 온도 상승이 2배 이상 높으며, 북반구가 남반구보다 높으며,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0.8도 상승한 것에 비해 도쿄의 경우 최근 100년 동안 섭씨 3도 상승한 것처럼 도시에서는 열을 포획하는 열섬 효과(heat island effect)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대도시들은 특히 여름철에 생지옥으로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방출량이 25~9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는 540~970ppm(생물권의 기후 피드백을 고려하면 490~1260ppm)으로 증가할 것이며, 또한 해수면 상승은 0.13~0.94m로 전망했다. 또한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중단한다 해도, 현재의 온실가스 농도 수준은 해수면을 1.4m 상승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IPCC에서 이런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30~40년 동안 연구해왔던 대표적인 과학자들이 2009년에 IPCC의 기후 예측에 대해 비판하면서 기후 재앙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연달아 발표했다. 우선 기후변화 연구를 선도하며 1988년 유엔 산하에 IPCC를 구성하는 데 공헌했던 “기후변화의 할아버지” 제임스 핸슨(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Goddard 연구소장)은 내 손주들에게 닥칠 폭풍: 다가오는 기후 재앙에 관한 진실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Storms of My Grandchildren: The Truth About Coming Climate Catastrophe and Our Last Chance to Save Humanity)를 발표했다.
그는 1980년대 이래로 미국의 하원 및 상원 위원회, 부통령 직속 기후변화 대책위원회, 백악관 등지와 매스컴을 통해 기후변화의 임박한 위협에 증언을 했지만, 환경문제가 정치인들의 무지와 속임수, 기업과 연결된 로비스트들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학술지에만 발표하던 자신의 연구 결과를 대중들, 특히 젊은 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처음으로 알기 쉽게 책을 썼던 것이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슈나이더(스탠포드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이미 1997년에 발표한 실험실 지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 역사, 그 원인과 영향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한 바 있었지만, 2009년에 또 다시 과학의 접전: 지구 기후를 구하기 위한 전투(Science as a Contact Sport: Inside the Battle to Save the Earth Climate)를 발표했다.
한편 1970년대부터 “가이아 이론”을 주장한 제임스 러브록은 “행성 의사”를 자처하며 2006년에 가이아의 복수를 발표하여 임박한 기후 재앙을 경고했지만, IPCC의 2007년 보고서에 나타난 미래 기후 예측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해 2009년에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이아의 사라지는 얼굴: 마지막 경고(The Vanishing Face of Gaia: A Final Warning)를 발표했다. 그리고 헨리 폴락(미시간대학교 지구물리학과 교수) 역시 얼음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Ice)을 2009년에 발표했다.
한편 신학계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비롯한 지구 환경 위기 앞에서 기독교의 전통신학을 비판하고 재구성하는 과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신학자들은 과정신학자들과 생태여성신학자들, 그리고 창조중심의 영성을 전개한 이들이었다. 특히 토마스 베리, 로즈마리 류터, 레오나르도 보프, 매튜 폭스 등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IPCC 제4차 보고서가 나온 이후 샐리 맥페이그는 2008년에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을 발표했다. 2009년에도 환경 위기와 관련하여 신학적인 반성과 재구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책들이 몇 권 출판되었다.
우선 현재의 멸종 규모와 속도로 보아 인류는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살고 있기 때문에 “생태대”(Ecozoic)라는 역사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우주론”을 주장해왔던 토마스 베리 신부의 미간행 에세이들이 편집되어 2009년 6월 그가 작고하자마자 출판되었는데, 기독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The Christian Future and the Fate of Earth), 신성한 우주(The Sacred Universe: Earth, Spirituality, and Religion in the Twenty-first Century(Columbia University Press)가 그것이다. 또한 레오나르도 보프와 마크 하타웨이도 해방의 도(The Tao of Liberation)를 발표했으며 오스트렐리아의 교회사가 로이드 기링 역시 지구로 되돌아오신 하느님(Coming Back to Earth: From gods, to God, to Gaia)을 발표했다.
3. 정치 지도자들의 “공허한 제스처”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과학자들은 그동안에도 계속 경고해왔었다. 1988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대기권 변화에 대한 세계회의」에서는 기후변화의 궁극적인 결과가 “핵전쟁에 버금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구학자 조나단 웨이너는 오늘의 시점이 “(최초의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 교수가 (최초로 핵실험을 한) 알라마고도에서 숨죽이며 카운트다운을 했던 이래로 가장 무서운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시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독교 사회윤리학자 로저 쉰은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미결정과 지체함은 단호한 악행만큼이나 범죄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즉각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현재 세대의 필요가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20세기 가장 탁월한 생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폴 에를리히는 이런 태도를 가리켜, “당신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면서 당신의 귀에 ‘빵!’ 하고 총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그 위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정치 지도자들은 “공허한 제스처”만 취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시행하지 않아 삼림파괴, 멸종,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1957년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던 때보다 3배 정도나 많아졌다. 지난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는 30%가 증가했으며, 메탄 가스는 약 150%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40% 증가했으며, 육류 소비량은 70%, 자동차 생산량은 45%, 종이 생산량은 90% 증가했다. 한편, 지구상의 삼림 면적은 1970년에 지구표면의 25%였으나, 1990년에는 20%로 줄어들었다. 특히 열대 자연림은 1960년과 1990년 사이에 약 20%가 사라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50년대 이후로 2기가톤(GtC)씩 증가했으나,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중국의 석탄 사용 증가로 인해 8기가톤씩 증가했다. 러브록은 단적으로 “세계의 연간 이산화탄소 생산량은 270억 톤이다. 이만한 양을 영하 80도로 얼려 고체 이산화탄소로 만든다면 높이가 1.7km에 원주가 20km에 달하는 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학자들의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이유는 우선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기업체들의 단기 이익을 통한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기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요란한 제스처만 보였지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조차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1997년에 채택되어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22.1%)과 중국(18.1%), 인도(4.3%) 등이 빠졌다. 이 의정서의 이행기간은 2012년에 끝나는데, 41개 의무감축국들은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했다. 의정서가 발효된 시점에서 감축의무를 진 국가들의 배출량은 전체의 약 26%에 불과하기 때문에, 5.2%를 감축한다 해도 “전 세계 배출량은 1.3%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100 이었던 것이 98.7이 되는 것”이다. 캐나다는 2007년에 배출 감축을 단념하고 말았다. 일본은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연간 평균 1조 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교토의정서를 매우 강력하게 추진하여 1990년 대비 6%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2009년 8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990년 수준의 9%를 오히려 초과함으로써 결국 목표치의 15%를 초과했는데, 조림사업 등을 통한 “상쇄” 방침은 에너지 낭비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 에너지정보국의 예측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1년과 2025년 사이에 60%까지 증가하며, 또한 OECD 회원국들의 자동차 사용은 40% 정도 증가할 것인 반면에, OECD 회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2050년에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4도 상승하여 파국이 올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기후 재앙의 위협을 직시하지 않고 또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 역시 정치 지도자들의 무지와 속임수, 기업가들의 단기 이익 추구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과 정보 부족 때문에 생활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으며, 체제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4. 기후 재앙의 위협을 부인하는 사회-문화적인 요인들
이처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후재앙의 위협을 부인하고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데는 여러 사회적 및 문화적인 요인들이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정신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은 특히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시장전체주의 체제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생존이 너무 버겁고 일상생활이 너무 분주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시간과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고용불안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풍요의 시대가 끝나고 생존 자체가 절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에서 전 지구적인 기후 문제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둘째로,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는 소위 3A, 즉 재산(affluence), 외모(appearance), 성취(achievement)로서, “내면이 밖으로 나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외부가 내면으로 들어오는 삶”을 사는 것이 보통이며, 관심의 영역이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한국에서처럼 “욕망지수”(포르노, 성형수술, 명품)가 OECD 국가 중 1위일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경쟁을 위해 사교육 시장에 휘둘리고 연예산업, 게임산업, 통신산업에 영혼을 팔게 되는 현실에서는 지구 환경 문제가 추상적인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셋째로, 인간중심주의와 시장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자연이 천연자원의 저장소로 간주될 뿐이지, 생명의 모태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 경제, 종교, 오락 등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유재산이 아닌 지구 환경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넷째로, 오늘날 대다수 도시 거주자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자연과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오고, 식료품은 수퍼마켓에서, 기타 필요한 물건들은 백화점 등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존이 자연환경에 밀접하게 의존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섯 째로, 시장경제학은 본질적으로 “사회는 자연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패러다임을 신봉”하며 환경의 요소를 “외부 효과”로 처리함으로써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21세기 말에 섭씨 6도의 온난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나리오조차 “경제적으로 그리 큰 재난은 아닐 것으로 본다는 사실”과 이처럼 엄청난 기후변화도 “세계 경제에 단 몇 퍼센트의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섯 째로, 시장경제학은 “대체물의 원리”를 신봉하기 때문에, 과일이나 생선, 혹은 건축자재 등에서 하나의 상품이 없어지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장원리와 기술능력에 대한 확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 대해서조차 크게 염려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곱 째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모든 생활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있는 상황에서 당장 그 엄청난 불안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세히 알게 된다 하더라도 국가나 기업체들이 할 일이지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없다는 무력감과 현재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망 때문이다.
여덟 번째로,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과 반대론 때문에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의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이 책의 원제목은 Unstoppable Global Warming이다)와 이토 키미노리와 와타나베 타다시의 지구온난화 주장의 거짓과 덫은 모두 오늘날의 기후변화 논의에 대한 동기가 UN의 영향력 확장과 연구비를 타내기 위한 목적의 “정치적 사기극”이며, 유럽연합이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게 이산화탄소 감축을 요구함으로써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 저자들은 기후변화가 인위적 요인이 아니라 태양과 관계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각각 지구 기후의 1500년 주기설과 태양의 자기활동으로 인한 우주광선이 구름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근거해서 IPCC를 비판한다. 이들의 반대론을 펼치는 방법은 우선 관측자료를 불신하고,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이 아니라 태양이거나 대기, 대양의 장기 순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기후변화의 인위적인 원인을 부정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지난 1,000년 동안의 온도 변화에서 나타난 소위 “하키 스틱” 곡선이 거짓이며, 기후온난화 이론은 2차대전 직후의 기온 하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인데, 두 사람 모두 화산 폭발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태양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기후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면서, 결론적으로 “지구온난화는 자연적인 것이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중의 신경강박증적인 반응만큼이나 위험한 것도 아니라는 것”과 “온난화 대책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이산화탄소는 줄지 않는다”고 낙관적인 주장을 펼친다.
5. 과학자들이 “마지막 경고”를 발표한 이유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마지막 경고”를 발표한 이론적 관점들은 제임스 핸슨의 경우 주로 기후 모델과 지구 기후의 역사에 근거하고 있으며, 제임스 러브록은 관측 자료와 지구생리학의 관점에서, 그리고 헨리 폴락은 관측자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마지막 경고”를 발표한 이유들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기후변화에 상당히 심각한 가속도가 붙었다는 관측 증거들이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20세기 동안에 섭씨 0.8도 상승했으며, 지난 30년 동안에만 0.6도 상승했다. 또한 해수면 상승률은 1993~2003년에 관측된 상승률이 이보다 훨씬 오랜 기간인 1961~2003년의 평균율을 50%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속도는 헨리 폴락이 단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지난 25년간의 온난화 추세는 지난 150년과 비교하면 네 배나 더 가파르다. 지구의 열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속도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가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이다. 그린랜드와 서남극 빙상은 매년 각각 100㎦ 이상씩 사라지고 있는데,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보다 3~4배 정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첫째로, 북극의 여름철 얼음 크기는 위성관측이 시작된 1979~2000년에 비해 2005년에 21%가 줄었으며, 2007년에는 2005년에 비해 23%가 더 줄어들어, 예전보다 약 3백만㎢나 더 많이 줄었는데, 이것은 영국 본토의 3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면적이다. 이 때문에 2007년에는 북극지방에서 처음으로 쇄빙선 없이 그린랜드 서쪽에서 북극해를 지나 알래스카에 이르는 “북서 항로”가 열리게 되었으며, 2008년에는 “북서와 북동 항로가 동시에 개방되었다.” 2009년의 해빙 규모는 2007년과 2008년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이 줄어들었다. 얼음은 태양광선의 80%를 반사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는 것은 그만큼 지구가 더욱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는 뜻이며, 따라서 온난화는 더욱 가속이 붙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북극해에서 얼음이 급격하게 녹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지표면에서 관찰했던 변화 중 가장 큰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것은 그린랜드 빙하의 안정성, 해저와 툰드라에 저장된 메탄수화물의 안정성, 해류순환 컨베어벨트, 생명체들의 멸종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로, 그린랜드의 가장 큰 빙하인 야콥스하운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속도가 10년 전보다 두 배로 빨라져 하루에 37m씩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매년 162㎦의 비율로 빙하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여름철에 녹는 그린랜드의 면적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확장되었고, 지금은 해발 1800미터 이상의 고지대 얼음까지도 녹고 있다.” 그린랜드에서는 2008년부터 이미 해빙으로 인해 지름 20미터가 넘는 구멍(moulin)이 밑바닥까지 뚫린 채 폭포를 이루어 녹아내리고 있다. 2009년 여름에 그린랜드에서 얼음이 녹은 것은 2007년보다 거의 세 배나 많았다.
셋째로, 미국의 지질조사국과 영국의 남극연구소가 1947~2009년 사이 남극반도 주변 빙붕의 변화를 처음으로 분석해서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빙붕이 빠르게 소멸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빙붕이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빙붕이 사라지면 많은 양의 대륙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릴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남극대륙 빙하는 지구 전체 빙하의 91%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면 해수면 높이가 65~73m 상승할 수 있으며, 또 남극 전체 빙하가 아니라 서남극 빙하만 녹아도 해수면이 6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의 대도시들과 곡창지역 중 상당수가 해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이 0.5m만 상승해도 엄청난 재난과 혼란이 발생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2) IPCC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증거들이 나타났다
IPCC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소비형 사회를 지속한다면 21세기 말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970ppm에 달하고, 지구 평균온도는 2000년을 기준으로 섭씨 5.8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을 대표하는 과학자들까지 “합의”를 거쳐야 하는 IPCC의 구조에서는, 과학자의 진실이 국가의 이익이라는 문제와 정치적인 타협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들은 IPCC의 기후변화 예측에 근거해서 앞으로 30~4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과 해면고도 상승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연합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최대 목표치를 550ppm으로 잡은 것은 이런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기업가들도 기후변화를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도 IPCC의 타협적인 보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PCC의 미래 기후 예측과 다른 관측 결과들이 나타났다.
첫째로, 현재 북극해의 얼음이 얇아지고 녹아버리는 속도로 보아 2030년 여름에는 더 이상 북극해에서 얼음을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IPCC의 예측에 따르면 이런 일이 2050년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것은 해수면 상승과는 관계가 없지만, 바다가 얼마나 많은 열을 흡수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둘째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실제 해수면 상승은 IPCC가 기후모델을 통해 예측했던 것보다 1.6배 빠르게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태양 에너지의 약 90%는 지구의 바다가 흡수한다. 이런 점에서 제임스 러브록은 기후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이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지구가 태양열을 얼마나 더 많이 흡수했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해수면 상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육지에서 빙하가 녹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바다가 더워짐으로써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이기에, 해수면 상승은 “참된 지구 온난화를 가리키는 온도계”라는 것이다.
셋째로, 제임스 러브록이 실험실에서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지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생명권이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구생리학적 관점이다. 즉 지구의 기후는 단순히 대기물리화학의 관점으로만 모델을 만들어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닷말(algae)의 역할이다. “현재의 증가속도로 볼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년 뒤에 500ppm에 달할 것”인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500ppm에 접근하면, 바다에 따뜻한 수면층이 형성된 영역이 늘어나, 수면층 아래의 좀더 깊은 곳에 있는 많은 영양분이 바닷말(algae)에 공급되지 못하게 되어 바닷말이 급격하게 소멸하게 된다.
바닷말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의 냉각효과를 일으키는 온도 조절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닷말이 소멸하면 기온이 급상승하게 되어 더욱 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위성 관측을 통해서 확인된 바로는 이미 바닷말이 사라져 불모의 바다가 된 영역이 지난 9년 동안 15%나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제임스 러브록은 IPCC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증거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3) 목표치를 섭씨 1도 상승, 350ppm으로 낮추어야 하는 근거들이 있다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제임스 러브록과 제임스 핸슨은 대재앙의 “문턱”인 임계점을 350ppm으로 낮출 필요성을 주장한다. IPCC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에서 안정시키고 기온 상승도 섭씨 2도 상승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제안했다. 40년 뒤, 이산화탄소가 500ppm에 이르면 섭씨 3도 상승하게 되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바닷말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숲이 죽게 되어, 기온이 급상승함으로써 파국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턴 경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450~550ppm 정도에서 안정화시킨다면 대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550ppm을 한계 목표치로 설정했다.
첫째로, 섭씨 2도 상승은 파국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핸슨은 IPCC가 기후변화의 임계점을 450ppm으로 설정한 것은 그린랜드와 남극 빙하의 해빙 속도를 잘못 계산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날보다 기껏해야 섭씨 1~2도 높았던 간빙기들에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적어도 수 미터 높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어,” 임계점을 350ppm, 즉 섭씨 1도 이내로 상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을 요구한다. 즉 섭씨 2도가 상승할 경우, 지구는 3백만 년 전의 최신세(Pliocene)처럼, 해수면이 지금보다 25미터 상승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450ppm은 신생대 기후의 대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핸슨은 지구의 역사에서 6천5백만 년 동안 계속된 신생대의 기후 역사를 토대로 450ppm의 위험성을 주장하면서 350ppm으로 낮출 것을 강조한다. 신생대 초기부터 3천4백만 년 전까지는 지구상에 큰 빙상이 없었다가, 3천4백만 년 전부터 남극대륙이 빙상으로 덮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450ppm에 이르렀을 때라는 이유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신생대 초기의 1000ppm에서 출발해서, 5천만 년 전에 인도 대륙판이 유라시아 대륙판과 충돌하여 그 밑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한 강한 열과 압력이 해저 지각층을 녹이고 변화시킴으로써 해저층의 유기 침전물과 탄산칼슘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발생시켜 1400ppm으로 증가되었다가, 이산화탄소 방출은 점차 줄어들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땅과 바다와 식물 등에 흡수되어 450ppm에 이르렀을 때 남극지역에 빙상이 덮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제임스 핸슨은 450ppm은 남극대륙을 빙하로 덮기 시작할 만큼 신생대 기후의 대전환점이 되었다는 역사적 근거를 이유로 목표치를 350ppm으로 낮추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매년 2ppm씩 증가하는 현실에서 그가 지적하는 위험한 관성은 세 가지다. 첫째로, 바다는 밖에서 들어오는 초과된 에너지의 90%를 흡수하는데, 과거의 온난화로 인해 이미 절반 이상 더워져 있는 상태다. 둘째로,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 빙붕이 먼저 녹기 시작하여, 빙상이 얇아지고 계속 무너져 내려 빙산이 된다. 셋째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앞으로 몇 년이 다음 세대의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셋째로, 피드백(되먹임)의 급격한 전환 때문이다. 제임스 러브록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에 접근하면 지구의 기후에서 불안정 징후들이 나타나는데, 그런 불안정 상태에서는 마치 사람들이 열을 받은 상황에서 누군가 한두 마디 더 약을 올리면 폭발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 기후도 열을 받으면 폭발하기 쉽다는 것이다. 즉 이 때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경우에 안정시키는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갑자기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으로 바뀌게 되며,” 또한 “400~500ppm 사이에서는 약간의 열과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갑자기 섭씨 9도의 온도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임박하게 다가오는 기후 재앙 앞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경고”를 울리고 있다.
6. 섭씨 6도 상승하면 대멸종의 재앙을 피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21세기 말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970ppm까지 오르며 기온이 섭씨 6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IPCC의 예측은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로 인한 더욱 큰 재앙은 현재 자연적인 평균 멸종율보다 최소한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멸종의 속도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 인류가 “제6의 대멸종”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사실은 2억5천만 년 전에 페름(Perm)기가 끝날 때 생명체들의 90%가 멸종한 것이 시베리아의 대규모 화산폭발로 인해 약 백만 년 동안 용암이 분출되면서 유독 가스와 산성비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메탄 얼음을 녹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킴으로써 섭씨 6도 정도 기온이 상승한 때문이며, 또한 6천5백만 년 전에 백악기(Cretaceous)가 끝날 때 공룡 등 지구 생명체들의 50%가 멸종한 것 역시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막대한 양의 가스와 먼지를 발생시켜 성층권에 형성된 에어로솔이 몇 년 동안 태양 광선을 차단시킴으로써 광합성을 방해하고 지구 평균온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또한 5천5백만 년 전 효신세(Paleocene)-시신기(Eocene) 최고온도(PETM) 기간에 해저 유공충강(有孔蟲綱)의 약 절반이 멸종한 것 역시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상승작용(feedback)으로 인해 대륙붕에 있던 메탄수화물이 녹아서 방출됨으로써(메탄은 10년 정도 지나면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수 천 년에 걸쳐 섭씨 5~9도 상승한 때문이라는 것이 오늘날 과학자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결론이다.
한편, 이산화탄소 농도가 효신세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만 년이었다. 그리고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약 20만 년 전이었는데, 7만 년 전 아마도 토바(Toba) 수퍼 화산 폭발(20세기 최대 화산폭발이었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보다 200배 많은 분출)로 인해 초래된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1000쌍 정도에 불과해 인류가 거의 멸종에 이를 정도였다.
2만 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에는 뉴욕 이북의 북미대륙과 유럽대륙이 1마일 두께의 빙하로 덮여 사람들이 베링 지역을 건너 알라스카로 이주할 수 있었는데, 당시 지구 평균온도는 섭씨 10도였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ppm이었다. 현재는 섭씨 15도이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390ppm이다. 빙하기가 끝나며 14,000년 전부터는 해면고도가 100년마다 4~5미터씩 수백 년 동안 계속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7천 년 동안 해면고도가 안정을 유지한 것은 인류의 영양상태 개선과 도시문명의 발달에 크게 공헌했지만, 지구 역사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특수 현상이었다.
IPCC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한 것처럼, 21세기 말까지 기온이 섭씨 4.5도 오르면, 아마존 숲은 관목지대나 사막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중대한 문제는 기후체계의 상승작용이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에 달하는데, 5천만 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계속 내려가면서 메탄수화물은 대륙붕과 툰드라 지역에 가득 저장되어 있어, 지금은 5천5백만 년 전 효신세-시신기 최고온도(PETM) 기간에 방출되었던 메탄수화물의 양보다 더 많은 약 5천 기가톤(GtC)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미 대륙붕과 툰드라 지역에서 메탄수화물 방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효신세-시신기 최고온도(PETM) 기간에 기온상승으로 인해 메탄이 방출됨으로써 수 천 년에 걸쳐 섭씨 5~9도 상승시켰던 것처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여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탈주효과”는 지구 기온을 최소한 섭씨 5도 이상 추가로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바다 온도의 상승과 북극동토의 해빙은 인류와 생태계 모두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치명적인 “시한폭탄”이며, 이것은 핵전쟁의 영향을 훨씬 능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수 천 년에 걸쳐 섭씨 6도 상승함으로써 생명체들의 90%가 멸종했던 지구 역사를 고려할 때, 오늘날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경우 앞으로 2100년까지 단 100년 이내에 섭씨 6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매우 보수적 집단인 IPCC가 예측했다는 사실은,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 대규모 멸종을 방지하고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해 지금이 얼마나 중대하고 절박한 시간인가를 입증한다. 제임스 러브록은 제 정신이 아닌 현대문명에 대해 단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지금 하는 짓은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로 이어진 일련의 어리석은 행동과 기괴할 정도로 흡사하다. 그곳의 공학자들은 안전 시스템을 끈 뒤에 원자로를 가동시켰다. 그러니 원자로가 급격히 과열되어 불탄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나 심하게 지구를 손상시켰기에 지금 가이아는 멸종이라는 궁극적인 처벌을 하겠다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7. 기후 재앙을 피할 길은 없는가?
2009년 현재 대기 중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430ppm이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마다 2~3ppm 증가하고 있다. 450ppm에 도달하게 되면 식수난과 식량난, 해안 침수가 매우 심할 것으로 IPCC는 예측하고 있는데, 그 대재앙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현재 추세로는 빠르면 10년 후며, 길어야 20년 후다. 또한 약 30~40년 뒤에 500ppm에 접근하면, 바닷말이 일시에 소멸하게 되어 기온은 급상승하게 된다. 기후 재앙은 온도가 급상승하는 것 자체라기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할 사태들이다. 즉 온도의 급상승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 인구가 밀집한 해안 도시들과 경작지 침수 → 세계적인 식량난과 기아 → 대규모 환경난민 발생 → 식수난과 식량난으로 인한 전쟁 발발 등이 30년 후에 다가올 본격적인 대재앙으로 예상할 수 있는 연속적인 사태들이다.
이런 재앙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미국이 2030년까지 280~500개의 대형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중국은 매주 하나씩 석탄을 사용하는 대형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차츰 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가 점차 익숙해져 탈출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관련된 범지구적인 문제이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서 경제성장에 매진하는 모든 나라들이 선진국 수준의 생활수준을 위해 더욱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운명론이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임스 핸슨은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잔류량이 지난 50년간 56%로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나머지 44%는 바다와 숲과 흙 속에 흡수되었다는 점이 아직 희망을 포기할 단계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만큼 바다의 흡수량이 크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다가 그만큼 많이 산성화되어 점차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화석연료의 고갈로 가격이 점차 상승하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그리고 석탄 사용을 2020년까지 매년 절반씩 줄여나가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제임스 핸슨의 계산이다. 특히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제4세대 원자력 발전소”(fast reactor)를 건설할 경우, 핵연료는 태양 에너지처럼 무한한 재생 에너지가 되며, 미국의 경우 이미 핵무기 생산의 부산물과 핵 쓰레기로 보관 중인 연료를 통해서만 천 년 이상 필요한 연료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이미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 에너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젊은 세대가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가들은 문제 해결에 늑장을 부리지만 세계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도자 선출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기후 재앙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제임스 핸슨은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들을 당장 폐쇄할 것과 구체적으로 모든 항구에서 탄소요금(carbon fee)을 걷어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기후변화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고 할지라도, 그 “악영향의 정도와 속도는 우리의 대응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우리의 목표는 이제 가장 덜 더운 미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제임스 러브록의 주장이 현재로서는 인류의 운명과 관련하여 설득력 있는 대책인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9위에 속하며 누적배출량도 세계 22위에 속하는 한국은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의무감축국에 지정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1990년대 이후 200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OECD 회원국의 평균 증가율인 17.4%보다 훨씬 높은 113%로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의무감축국에 지정되면, 지금 배출하는 온실가스(2006년 약 6억톤)의 절반을 줄이고도 5.2%를 더 줄여야만 한다. 에너지 사용(약 5억톤)에서 절반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산업공정과 수송만이 아니라 개인의 에너지 사용과 자동차 이용도 지금 수준의 절반으로 줄여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2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결 론
이미 시작된 기후 재앙은 인류가 당면한 전대미문의 위기이며, 인류는 생명과 죽음 사이의 선택 앞에 놓여 있다. 우선적인 과제는 기후 재앙의 현실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중독된 생활방식과 안이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재앙을 완화시킬 구체적인 대책과 재앙 속에 적응할 대책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독교의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비록 시간이 촉박하지만 우선 자연 파괴에 대한 기독교 전통의 책임부터 규명해야 한다. 기독교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몰락하고 있는 이유 역시 기독교의 이런 반 자연적 신학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세기를 비롯해서 고대 세계의 창조신화들이 한결같이 어둠과 혼돈의 세력을 극복하고 이 세상에 질서가 생겨난 과정을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인생과 이 세상이 어둠과 혼돈의 세력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이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고대인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인류가 당면한 기후 재앙은 인류가 특히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구의 흙, 물, 공기, 다른 생명체들에 철저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생명의 제약조건들을 무시함으로써 결국 지구의 자기조절 능력을 파괴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제임스 핸슨에 따르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97%에 달하는 금성도 처음에는 지구와 비슷한 화학적 구성요소를 갖고 있었으며 바다도 있었지만, 태양이 점차 밝아져 지표가 더워지고 물이 증발함으로써 수증기로 인한 온실효과로 인해 바다가 끓게 되는 “탈주효과”가 나타나 땅 속의 모든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된 때문에 섭씨 450도에 이르게 되었다. 36억 년의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막내둥이로 등장한 인류가 이처럼 자신들의 철저한 의존성을 망각하고 자연을 마음대로 약탈하고 파괴시킴으로써 이제는 자신을 낳아서 키워준 생명의 자궁 자체까지 파괴한 결과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매우 가까이 임박한 기후 재앙에 대해 “마지막 경고”를 울리고 있는 과학자들은, 핵무기의 위협과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과학자들처럼, 이 시대의 세속적인 예언자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우리 자녀들의 행복만이 아니라 목숨까지 달려 있는 문제이며, 그들의 행복과 생존은 현재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정말로 우리 자녀들을 사랑하는 지혜로운 부모인지 아닌지에 따라 우리 다음 세대들의 행복만이 아니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10~20년 뒤에 어떤 끔찍한 재앙을 겪게 될 것인지를 매우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가 그 경고를 계속 무시하고 지금처럼 경제성장에 매달려 경제체제와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생존환경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음 세대들의 행복만이 아니라 그들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목숨까지 미리 빼앗는 행위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1998년 80조 원에서 2009년에 366조 원으로 늘어났으며 2010년에는 사상 처음 400조 원대에 진입하며, GDP에서 차지하는 채무 비중도 11.9%에서 31.5%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 정치인들이 조세저항 때문에 증세를 하지 못한 채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빚을 고스란히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짓은 너무나 어리석은 행위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현재 430ppm에 달한 온실가스 농도가 10년 뒤에 450ppm에 접근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어리석고 위험한 일임이 명백하다. 모든 생명을 낳아 키워준 가이아는 결코 인간에게만 자비한 여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태계 전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 가해자들을 가려내어 “복수”를 서슴치 않는 여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거대한 지구 시스템인 가이아가 신화 속의 다른 여신인 칼리(힌두교 신화의 광포한 여신)와 네메시스(그리스 신화의 율법과 보복의 여신)처럼 행동하는 것을 본다. 그녀는 양육하는 어머니로서 행동하지만, 설령 자신이 낳았을지라도 위반자에게는 무자비하다.” 한 사람의 노력이 지구의 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가? 답은 ‘그렇다’이다. 과학자와 기업가, 정부지도자들은 물론 일반인들 역시 일상생활에서 탄소 방출을 줄이는 길을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다.
출처 : 2010년 7월호 기독교사상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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