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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이변 / 초봄 같은 한겨울…2016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기획]

초봄 같은 한겨울…2016 대한민국을 뒤흔들다

 

  세계일보 원문 |입력  2016.01.04 15:58

 

예년 같으면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1월이지만, 이상 기후로 초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모습이 사라졌다. 목도리와 귀마개로 중무장한 채 집을 나서는 계절임에도 많은 시민들은 가벼운 코트만 걸친 채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다. 스키장 등 겨울 관광지와 방한용품 업체, 곶감 농가 등은 포근한 날씨에 ‘직격탄’을 맞아 울상이다.

 

세계일보

 

기상청은 올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첫 휴일인 지난 3일 포근한 날씨에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 등 서울 도심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의 옷차림은 두툼한 파카 대신 모직코트 등으로 멋을 내는 등 한결 가벼웠다. 이날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은 11도까지 올라 평년 1.7도보다 무려 10도 가까이 웃돌았다. 전국적으로도 ▲제주 18.5도 ▲울산 17.5도 ▲김해 17.0도 ▲부산 16.9도 등을 기록했다.

 

일출 명소마다 새해 소망을 비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겨울바다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렸으며 춥지 않은 날씨에 일부 관광객은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20만명, 광안리 5만3000명, 광안대교 2만명 등 35만 여명이 일출을 지켜봤다. 대천해수욕장 5만1000명 등 충남 서해안 주요 해수욕장에도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기상청은 1월 한달간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으나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툼한 겨울옷 벗어 던졌다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 던지면서 방한용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부산지역 4개 대형 유통업체에 따르면 쫄바지·장갑·머플러 등 개인 방한용품 매출은 30∼40%, 한겨울용 이불은 20% 이상 감소했다. 남녀 성인용 해비 패딩 매출은 예년 평균 대비 30% 이상 감소했고 아동용은 50% 이상 줄었다.

 

이밖에 겨울철에 인기를 끌던 차류와 에센스·크림 등의 화장품, 자동차 성애 제거용품의 매출은 줄고 ▲기능성·과즙 음료 ▲맥주 ▲스킨·로션 ▲세차용품 ▲우산 등의 소비가 증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나들이객이 많은 덕분인지 초콜릿과 제과 매출이 각각 56%와 19% 신장해 포근한 날씨의 반사이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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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관광 특수를 누렸다. 최근 낮 기온이 18도까지 오르는 등 사계절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의 겨울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비수기에 속했지만 호텔·렌터카·항공기 예약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성수기(비수기)로 나누던 옛 관행이 사라졌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신정 연휴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 15만3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8068명보다 19.5% 증가한 수치다.

 

◆얼음을 소재로 한 전국 관광명소 ‘썰렁’

 

얼음을 소재로 전국의 관광지는 썰렁하다. 겨울철 국내 산악인들이 빙벽 훈련을 하고자 찾아오는 설악산은 포근한 날씨로 폭포가 얼지 않아 훈련팀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다.

 

춘천 구곡폭포는 12월 중순이면 얼음이 꽁꽁 얼어 빙벽훈련이 시작됐으나 올 겨울에는 얼음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고 있다. 충북 영동 빙벽장은 2007년 이곳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개장일을 무기한 연기했고 오는 23∼24일 예정된 제8회 국제빙벽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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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키장이 인공 눈을 뿌리면서 운영, 제설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슬로프 수를 줄여 예년보다 수익이 줄었다며 하소연했다. 겨울축제 원조인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는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얼지 않아 2년 연속 취소됐다. 수도권 최대인 경기도 가평 자라섬 씽씽축제와 홍천강 축제도 같은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평창 송어축제와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 강원도 빙어축제 등은 하이라이트인 얼음낚시를 뺀 채 개최하거나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슈퍼 엘니뇨, 해수온도 상승…해조류 가격 급등할 듯

 

곶감 주요 생산지는 날씨가 아닌 생산량 감소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비가 잦고 기온이 높아 곶감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물러지는 피해도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는 곶감 생산량이 예년의 60% 수준인 7000t 안팎에 그쳐 피해액만 4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상주시는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슈퍼 엘니뇨에 따라 해수 온도까지 상승해 양식에 타격을 줘 '햇김' 등 해조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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