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카바이러스 국제비상사태 선포 전세계 '초비상'
(종합3보)
송고시간 | 2016/02/02 13:43페이스북
"이례적 일로 타지역에도 심각 위협…소두증과 지카 '강한 인과관계' 의심"
신종플루·소아마비·에볼라 이어 역대 4번째 공중보건 비상사태
이례적 신속 조치에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전쟁선포" 평가도
세계 각국, 법정 전염병 지정하고 정부차원 대책회의 속속 열어
(제네바·서울=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전 세계가 '전쟁'을 선포했다.
브라질에서 최근 태어난 소두증 의심 아기 (AP=연합뉴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확산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WHO는 이날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위원회 화상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긴급위원회는 최근 브라질에서 보고된 소두증과 그밖의 신경장애 사례는 '이례적인 일'로 그 밖의 다른 지역 공중보건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감염국가 내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제적인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찬 총장은 "사태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전제하면서 "긴급위원회 멤버들은 현 상황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요건을 충족한다는 데 동의했고 나도 이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긴급위원회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지만, 이 바이러스와 소두증 등 선천성 기형이나 신경계 합병증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임신 중 감염과 소두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WHO는 지적했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브라질에서 유행한 소두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데 6∼9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WHO를 비롯한 국제 의료 기관들의 재원이나 인력은 지카 바이러스 차단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집중된다.
아울러 WHO는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전신마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희소 질환)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이러한 질병이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지 집중적으로 원인을 연구할 것을 촉구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WHO는 감시 강화 외에 ▲ 지카 바이러스 감염 진단법 개발 ▲ 바이러스 매개체 통제와 적절한 개인 보호 수단 개발 ▲ 임신부와 가임기 여성에 정보 제공 ▲ 백신과 치료법 연구개발 등의 예방조치를 제안했다.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찬 총장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보호조치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개체수를 통제하고 특히 임신한 여성 등 개인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찬 총장은 밝혔다.
다만 그는 회견에서 임신부 등을 특정해 "만약 여행을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것도 고려할 만한 일"이라며 "여행을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의사와 상의하거나 긴 팔의 상의나 바지, 모기 퇴치제 등 개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채혈 중인 브라질의 소두증 아기 환자 (AP=연합뉴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EPA=연합뉴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바이러스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조기 비상사태 선포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이미 미주 24개국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퍼졌고,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데다 내년까지 미주 대륙에서만 400만 명의 환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더는 조치를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2014년 에볼라 사태 때 WHO가 1천 명 가까이 숨진 뒤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던 것을 의식해 이번에는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센터장은 WHO의 비상사태 선포가 "세계에 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데릭 개더러 랭커스터대학 교수는 "WHO의 조치는 마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전쟁 선포'와 같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와 맞물려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세계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날 아메리칸사모아, 코스타리카, 네덜란드령 퀴라소, 니카라과 등 4개국에 대해 추가로 여행경보를 내렸다.
이로써 미국이 임신부들의 여행 자제를 권고한 나라는 기존 24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
방역 작업이 진행 중인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외곽 (AP=연합뉴스)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은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임신부 방문 금지를 권고하는 등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감염자의 채혈 금지와 지역별 감염 발생 보고 의무화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인 브라질 정부는 법원 영장 없이도 방역요원들이 민간 시설에 들어가 모기 서식환경을 조사하고 박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 특별조치도 발표했다.
아시아 각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WHO 발표 직후 첫 관계 성청(省廳) 대책회의를 열어 지카 바이러스를 '4류감염증'으로 지정하고 환자 발견시 보고를 의무화했다.
홍콩도 오는 5일부터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 신고대상 질병에 포함하고 발병국 여행자의 헌혈을 금지했으며, 대만 역시 이 바이러스를 제2종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19일 이 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한 데 이어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날 한 달여 동안 공석 중이던 질병관리본부장에 호흡기질환 전문가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장을 임명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가 주재할 예정이었던 이날 '지카 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를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격상시켜 비상 대책을 논의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rhew@yna.co.kr, firstcircle@yna.co.kr 2016/02/02 13:4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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