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교인들이 내놓은 한국종교 비판서 >

< 종교인들이 내놓은 한국종교 비판서 >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출간

한국 주요 종교들의 문제점을 종교학자와 종교인들이 신랄하게 지적한 책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모시는사람들펴냄)가 출간됐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종교문화연구원이 지난 5-6월 6차례에 걸쳐 공동개최했던 '종교대화콜로키움'에 참석했던 종교인들이 한국 종교 전반 및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주요 종교의 실상에 대해 지적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묶었다.

"수행이나 영성마저 상업화하고, 말로는 '성직'이라면서 실상은 '비즈니스맨에 가깝고, 너나 할 것 없이 외형적 성장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조직이나 질서는 자본과 경영의 논리로 돌아가고, 경계해야할 권력을 실제로는 추구하거나 독려하고, 개인의 솔직한 신앙은 굳은 제도 안에 함몰되고, 이웃을 무시한 배타적 선교 언어만 난무한다"는 머리말이 이 책의 진단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한국 종교의 전반적인 현실을 비판한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한국의 종교들이 물신(物神.맘몬)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종교는 욕망을 극복하고 자기를 소멸 혹은 초월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구성원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은 사회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과연 한국 종교계에 종교성(영성)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대답으로 한국 종교계는 영성이 대단히 빈약하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영성이 강하다면 한국 종교계가 이렇게 물질중심 혹은 유일주의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천주교에 대해서는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이 "천주교는 전반적으로 신자수가 크게 늘었지만 실제 신앙 활동 인구는 늘지 않고 계속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교회내 여성신자들은 크게 늘지 않고 이탈현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교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보니 거기서 오는 일방적 명령체계는 한편에서는 천주교회의 질서의 원천일 수도 있지만 주교들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세계관이 편협하면 교회를 후퇴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천주교회가 중상층화하면서 민중운동은 사라지고 진보성도 퇴색된 채 점점 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개신교계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목사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성장은 현저히 둔화했지만 교회의 신앙적 제도는 성장주의에 맞춰져 있었다. 게다가 교회와 그리스도교들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 사람들이 공공연히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 급부상한 '후발대형교회'는 배타성, 즉 무례한 태도를 숨기고 친미주의를 견지하되 맹목적 친미보다는 세련된 친미를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불교에 대해서는 불교평론 이병두 편집위원이 "상업화와 세속화 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불사(佛事)'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뤄지는 대형 불상 조성 및 불필요한 전각 건립 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또 "명분으로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이라고 하지만 재가 신도들을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 아니라 함부로 다뤄도 되는 도구나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풍토가 팽배하고 종단 내 성차별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원불교 100년성업회 사무총장 김경일 교무는 "교당의 영세성, 교무의 후생복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경제안정의 현실적 필요가 점증하고 있다. 교무를 지망하는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최근 원불교가 안고 있는 큰 고민중 하나다. 지원자 감소는 단순한 인원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의 전반적 자질 부족의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201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