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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 선 유럽행 항공기..휴대전화·반도체 수출도 멈췄다

멈춰 선 유럽행 항공기.. 휴대전화·반도체 수출도 멈췄다

2010년 04월 19일 (월) 18:05 국민일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촉발된 유럽발 항공대란으로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휴대전화 및 반도체 등의 유럽행 판로가 막힌 것은 물론 수출시장 개척에 나선 기업들도 발이 묶였다. 특히 항공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 현지공장의 부품난도 불가피해져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모처럼 불황국면을 벗어나던 여행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전자업계는 전전긍긍=휴대전화,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전자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럽 현지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선박으로 해상운송을 하는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달리 이들 물품은 국내 또는 중국에서 생산해 항공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만 해도 국내 업체들이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은 하루 평균 20만여대로 금액으로는 약 3000만 달러 규모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일단 재고물량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다음주까지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심각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현지 재고물량이 있어 아직 피해는 적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럽 수출물량이 전체 수출에서 10%를 차지하는 하이닉스의 경우 수출 차질에 따른 매출 손실이 하루 평균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는 하루 손실을 3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공장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어 최악의 경우 가동 중단까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에서 LCD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해상 및 육로 운송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여행업계도 비상=대한항공은 19일 유럽으로 갈 예정이었던 여객기 5편과 화물기 4편,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2편과 화물기 1편을 결항시켰다. 지난 16일 화산재 확산 이후 이날까지 대한항공은 여객기 22편, 화물기 21편 등 총 43편이 결항됐고 아시아나항공도 여객기 9편, 화물기 6편이 결항됐다. 유럽행 여객기 및 화물기의 대당 평균 매출이 각각 4억원과 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그동안 약 193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6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럽행 항공기 결항으로 패키지 여행상품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대규모 환불사태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유럽 현지에서 돌아올 예정이던 관광객들의 귀국 일정도 늦어져 일부 체류비용은 여행사가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사태가 터진 뒤 서유럽행 패키지 상품은 대부분 취소됐다”며 “하루 평균 고객 200여명에게 이미 결제한 상품 대금을 돌려주거나 대체 상품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범한판토스는 화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중해를 통한 해상운송과 철도운송 등으로 항공운송을 대체하고 있다. DHL코리아, 페덱스코리아 등 항공 특송업체들 역시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회로 등을 마련 중이다.

◇수출시장 개척도 막혀=산업박람회 등에 참여하려던 기업인들의 발길도 묶였다. 두산그룹은 19∼2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건설장비전시회인 ‘2010 바우마 박람회’를 참관하려던 박용만 ㈜두산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의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다만 두산그룹은 현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계열사 임직원들은 미리 출국해 전시일정에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19∼23일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항공편이 결항돼 일정을 취소했다. 또한 이번 박람회에서 수출상담 등에 나설 예정이었던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원사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세계 60여개국 5000여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기계류 종합박람회다. 당초 진흥회는 코트라와 현지 박람회장에 한국관을 개설해 37개 회원사들의 전시 및 수출시장 개척을 도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참가업체는 미리 출발했거나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한 4∼5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정욱 천지우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