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神의 후예들
무우, 그리고 레무리아 와 아틀란티스 시대
아득한 우주 저편에 반짝이는 7개의 별#1), 우리 지구인들이 말하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이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행성(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들의 행성)이 운영되고 있었다. 미숙한 영혼을 보다 완전하고 보다 성숙하게 성장시켜 후에는 깨우침의 세계로 이끌고 가기 위한 뜻깊은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북두칠성의 지고한 의식은 어느 날 수행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제1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제7성까지 차례로 살펴보고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수행목적이, 그리고 그 길이 부처#2)로 향하는 길이어야 할텐데 제3성과 7성의 수행성에서는 그 방향이 신선(神仙)의 길이었다.
주; #1)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에 있는 7개의 별로서, 지구로부터 70∼80광년의 거리에 있다. 이 북두칠성에 250억 년 전에 빛과 어둠의 만남에서 탄생한 제3 창조주의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 3창조의식에 의해 황인종이 창조된다.
#2) 현실적으로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 빌린 것 뿐이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문자 이전의 뜻으로 새겨주시길 바란다.
수많은 수행자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진실에 이르는 것일진대, 제3성과 7성에서는 엉뚱하게 신선의 세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되어갔다.
물론 부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신선으로 가는 행위 역시도 결국은 자재신의 세계로 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통자재하며 황홀경을 거닌다 해도 신선은 어디까지나 불보살이 될 수 없는 것이며, 중생의 차원에 속하는 존재였다. 해서 북두칠성의 의식은 신선의 세계로 가고자 노력하는 제3성과 7성의 존재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었다. 이들의 길이 분명 잘못된 것을 확인시키는 것과 동시에 보다 빠르고 감각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여행을 시켜야겠다는 뜻을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가장 감각적이고도 진화가 빠른 지구성이었다. 이미 제3성과 7성의 존재들은 지금껏 수행을 해왔으니, 육체적인 삶이라면 불과 5만 년의 삶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일어나거나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삼매상태로까지 유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으며, 쉽사리 공(空)의 상태에까지 이끌 수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북두칠성의 의식은 어느 날 이들을 한곳에 모이게 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가장 빠르게 부처의 길로 갈 수 있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거대한 UFO#1) 모선에 선의식의 의도에 따라 수많은 수행인들이 탑승했다. 이때에 제3성과 7성은 북두칠성의 의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이지만, 모선에는 또 다른 수행자들도 함께 타게 되었으니, 이들은 제1성과 2·4·5·6성에서 자신의 의지로 육체적인 삶을 통하여 부처의 길로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동반하는 자들이었다. 이렇게되니 모선에는 북두칠성 제1성에서부터 7성까지 모두가 탄 셈이었다.
주; #1) 다른 별세계는 지구의 과학문명보다 고도의 과학문명을 이루고 있다. 현대 과학이 최고인 것 같지만,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지저문명(地底文明) 세계가 있음도 알려준다. 미래에는 이들과 교류가 있을 것으로 보나, 먼저 인간의 잔악한 마음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북두칠성의 각 행성자리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깊은 의미도 모르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하여 지구성에 찾아오게 되었다. 이 모선의 이름은 '알태'였고 탑승자 수는 9천만이었다. 알태란 지금의 인간언어로 말한다면 '찾음', '발견'이란 말로 번역된다.
알태의 출발지는 제3성이었다. 모선은 드디어 출발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 않는 상태하에서 60여 일 만에 지구성이 속해 있는 태양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알태 모선은 어느덧 지구성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모선 속의 수행인들은 선의식의 안내에 따라 깊은 가사상태의 동면 속으로 들어갔다. 수행인들을 동면 속으로 유도하고 있을 무렵, 또 다른 선의식은 작은 소행정을 타고서 모선을 이탈했다. 그러고는 대기권에 진입하여 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러부터 몇 개월에 걸쳐서 지구성의 생태계를 면밀히 조사하였다. 물론 지구성의 초성의식(지구를 수호하는 의식)#2) 과의 협조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지구성은 매우 불모지였고 육체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악조건이었다. 모든 생태계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추운 기후였다. 이같은 환경조건은 곧 북두칠성의 의식에게 보고되고 그로 하여금 어떤 조치를 취하게 하였다. 조치란 곧 현상태에서 지구성에 맞게끔 육체에 구조가 이루어지든가, 아니면 본래 의도했던 육체인간에게 맞는 환경이 이루어지든가 하는 일이었다.
주; #2) 지구의 수호신 '사나타 꾸메라'를 말한다. 에프라 성단의 말로 '참다운 길'이라는 뜻이며, 시리우스의 여신 '카라규라리스'의 지구성에서의 이름이다.
결국 북두칠성의 의식에 따라서 후자로 결정되어 지구성의 의식은 변화를 시작했다. 아 -, 그것은 지구성을 뒤엎는 변화였다.
드디어 지구성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첫째날.... 그리고 둘째날.... 셋째날.... 마지막날에 이르러 북두칠성의 의도대로 창조된 육체인간 '나반'과 '아만'이 깊은 가사상태 속에서 소행정에 실려 지구성의 대지 위에 내려오게 되었다.
잠자고 있는 나반과 아만의 모습은 지극히 평화로웠고, 그 미소는 행복 그 자체였다. 나반과 아만이 살아가야 할 환경조건이 이루어지기까지 지구성의 모든 것이 변화하였다. 그것은 하나의 창조적 혁명이었고 지구의 운명을 달리하는 역사였다.#3)
주; #3) 지구성에는 18만년, 30만 년, 50만 년, 150만 년, 300만 년, 그 이전에도 인간의 역사가 있었다.
나반과 아만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신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두 남녀는 자신들이 온갖 동·식물과 함께 생소한 세상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두 존재는 당황했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단둘이 서 있다는 사실 앞에서 두 존재는 신비함과 강한 호기심으로 육체를 통하여 보이는 동물과 식물 등 모든 사물을 관찰했다.
나반 그리고 아만은 누구인가?
나반은 제3성의 대표의식이었고, 아만은 제7성의 대표의식이었다. 그러나 두 존재는 육체를 가졌으므로 과거에 대한 그 어떤 기억도 할 수 없었다. 전생도 기억할 수 없고 미래에 일어날 일도 전혀 예상 못 하는 인간, 오직 세포감각을 통해서만 사물을 알 수 있고 앞뒤가 막혀버린 인간이었다. 그들은 선·악의 개념조차도 모르는 일종의 백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고요한 마음을 이루고 있었는데, '입정상태'라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 것이다.
나반과 아만은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사방천지가 푸르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뛰어노는 동물들이 두 남녀의 시각을 즐겁게 하였다. 두 남녀는 자신들처럼 걷고 행동하며 같은 모습을 한 존재는 전혀 볼 수 없다는 데 대하여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외롭다는 느낌도 들었다. 두렵고 외롭다는 느낌, 이것이 육체 모습을 한 나반과 아만이 최초로 떠올린 마음이고 생각이었다.
두 남녀는 언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단지 감정의 흐름으로 쳐다볼 뿐이었는데, 알몸으로 서 있는 자신과 같은 존재가 그들 외에는 달리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서 작은 마음의 파문이 일어났다. 외롭고 두려운 마음의 파문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는 등 두 남녀의 몸을 가까이 접근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날씨는 무더웠다. 두 남녀는 이제 막 육체인간이 되었고,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였건만 본능적으로 더우면 물가에 가서 몸을 식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더우니까 물가에 가서 목욕하면 시원할 것이다. 어서 가자.' 하는 논리적인 생각이 없이 덥기 때문에 그냥 물가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들의 마음은 깨끗한 상태였다.
그런데 물가에 다다른 나반과 아만은 물 속에 비친 또 다른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물가를 응시했다.
'아- 물 속의 그것은 무엇일까?'
두 남녀는 이렇게 생각하고 겁에 질려 있었지만,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었기에 마음의 파문만 있을 뿐이었다. 두 남녀는 엉금엉금 기어가 물 위로 손을 몇 번씩 움직이며 어떤 존재인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속에서 다가오고 손을 내미는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물가에서의 두려움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물가에서의 발견은 강한 기억으로 두 남녀의 마음에 영상의 상태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반과 아만이 소행정에 실려서 지구성에 내린 곳은 지금의 타크라마칸 사막#1)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에서 깨어나 물을 탐구하던 때는 BC 64460년이었다. 그들의 삶은 행복하였고 평화스러웠다. 어떤 대상도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주; #1) 중국의 톈산산맥(天山山脈) 밑에 위치해 있는 사막. 그간 지구는 여러 번의 지각변동으로 기후와 구조가 많이 변하였다. 이때 당시는 비옥한 땅이었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리라.
두 남녀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되자 그때부터는 서서히 거닐며 살아가게 되었다. 동으로 몇 날 며칠을 거닐어 보았고 또다시 되돌아와 서쪽을 향해 걸었다. 다시 북으로 남으로 거닐어보면서 점점 더 육체인간이란 지각 속에 빠져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남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은 자연이 창조한 위대한 예술의 극치였다. 두 남녀는 저녁노을을 보고 그 아름다움과 장엄한 순간에 감탄하여 이렇게 외쳤다.
"에- 하… ".
나반은 몇 번에 걸쳐서 이렇게 외쳤다. 이것이 첫 번째 언어이자 나반이 아만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이튿날, 두 남녀는 아름답고 장엄한 저녁노을을 잡기 위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게 되었다. 이들은 노을을 잡기 위해 해가 뜨고 지는 나날을 30여 차례 반복하면서 계속 서쪽을 향해 걸었다. 얼마나 걸어왔을까, 이들의 눈앞에 울창한 밀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지친데다 신선한 나무열매가 그리웠다.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달음박질쳤다. 그러고는 먹을 것을 찾아서 정신없이 먹어댔다. 그런데 여기서 나반과 아만는 한순간의 부주의로 밀림 속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찾아 헤매느라 넓은 밀림 속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써도 찾을 길이 없었다. 나반은 '에-하'를 수도 없이 불렀고, 아만은 아만대로 울며불며 무엇이라고 외쳐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만은 몹시 지쳐 풀숲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 아만 앞에 검은 피부를 가진 여러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 검은 피부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목과 허리 등에 뱀을 둘둘 말아 감고 있었다. 이들은 피로에 지쳐 쓰러져 있는 아만을 내려다보며 서로들 무엇이라고 지껄여댔다. 아만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놀랐다. 우람한 체구의 흑인 2명이 일으켜세우며 자기들을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만은 겁에 질려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이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인가? 이 검은 피부의 인간들은 말하자면 지구에서 진화된 존재였다. 이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지구인#1)이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언어가 있었고, 동물을 사냥해 먹는 자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또한 신앙이 있었고, 윤회의 법칙을 알고 있는 종교관이 있었다. 악한 짓을 하면 죽은 후에 반드시 뱀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괴팍스런 종교관이었다.
주; #1) 18만 년 전 지구성에 와서 원시인과 같은 생활을 하면 지냈다. 그 수는 남자가 21만, 여자가 21만 5천이었다. 흑인종은 원래 카시오페이아좌에 자리한 제1 창조주의 자녀들로서 힘을 상징한다.
검은 인간을 따라간 아만은 이들로부터 언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검은 인간의 종교관은 선과 악이 너무나도 뚜렸이 구별되어 있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면 죄였고 악이었다. 모든 것이 다 선과 악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 선악이라는 틀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바로 이같은 종교관 때문에 아만의 육체는 흑인들에게 점령당하지 않게 되었다. 흑인들이 아만의 몸에 손을 대기만 하면 아만이 비명을 지르는 통에 흑인들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얀 피부의 알몸에 성기를 드러내놓고도 조금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만을 그들은 서로가 갖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도마뱀이나 능구렁이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만을 건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흑인들은 아만을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가 언어를 가르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는 사이 나반은 숲속에서 아만을 찾기를 포기하고 동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쓸쓸함. 그리고 외로움와 함께 가슴아프도록 아만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처음 떠나왔던 곳을 향해 되돌아갔다. 아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언어를 알게 되었고 선과 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치심, 부끄러움도 알게 되었다.
아만는 자신의 성기를 풀잎으로 가리게 되었다.#1) 아무것도 모르던 백지상태에서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만은 옛날의 아만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하던 아만의 마음은 파도가 일 정도로 거세게 출렁이기 시작하였고, 선의 파도와 악의 파도는 서로 부딪치기 시작하였다.
주; #1) 기독교에서는 뱀의 꼬임으로 선·악과를 따먹게 되어 원죄를 지었다고 하나, 뱀을 숭배하는 흑인들로부터 지혜를 배웠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만은 갑자기 나반이 생각났다. 아만 자신도 스스로 무엇인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달라진 마음을 나반에게도 체험시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반이 어디쯤에 있을 것라고 추리해 가며 찾게 되었다.
아만의 예상대로 나반은 전에 떠나왔던 그곳에 있었다. 반가운 재회였다. 아만은 나반과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에게도 선과 악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체없이 나반의 손을 이끌고 흑인들의 거리로 돌아갔다. 나반에게는 아만이 흑인 남성들로부터 배웠던 과정이 반복되었다.
얼마 후 나반도 옛날의 나반이 아니게 되었다. 선악을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곧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아만이 흑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나반은 자연과 함께 살았었다. 아만이 선악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나반은 자연이라는 웅장하고 자유로운 것에 도취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에 영혼을 점령당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반은 아만처럼 선악을 깊이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고, 부끄러움도 아만처럼 병적인 상태가 될 수가 없었다. 이미 나반에게는 자연의 '그것'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기에 자질구레한 선악의 개념이 깊이 들어올 수가 없었다.
이같은 두 남녀의 역사는 묘한 운명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남자는 여자보다 좀더 스케일이 컸고, 역사를 이끌어 나가는 존재로 부각된 것이다. 이때 두 남녀의 체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옛거리로 돌아온 나반과 아만은 밤이 되자 섹스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나반과 아만의 자녀들이 태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언제나 선악의 분별속에서 우울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어떠한 행위를 하든지 '이것은 죄일까,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떨게 되었고, 두려움의 나날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특히 아만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옛거리의 두 존재는 서로를 의심하는 일까지 빈번히 생기게 되었다. 자녀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식구가 불어나도 그들이 체험한 선악, 그리고 죄와 벌#1)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 그것은 괴로움이고 번뇌였다. 그때부터 아만과 나반은 뱀을 몸에 두른 흑인족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미 자신의 터전 속에 들어와 살고 있던 흑인들이 적지 않은 숫자로 불어나 있음을 보게 된 나반과 아만은 어느 날 자녀들을 이끌고 미지의 땅으로 이주를 하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뮤대륙이며,#2) 그들이 지상에 첫발을 내디딘 지 333년이 지난 후 였다. 이미 자녀들의 숫자는 9명의 아들과 64명의 딸을 두게 되었다.#3)
주: 1) 실상은 선과 악이 없는 것이다. 원죄의식을 갖는 것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자학의식으로 볼 수 있다.
#2) BC 9316년 지각변동으로 사라진 고대 대륙이다. 지금의 태평양상에 존재하고 있었던 광대한 대륙이었다.
#3) 이것은 우주선을 타고 함께 왔던 영체인의 영혼이 아만의 몸에 수태되어 자손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북두칠성의 제1성부터 7성에 이르는 다른 수행인들은 모두가 나반과 아만의 자손에 또 자손으로 태어나 육체를 지닌 지구인이 되었다. 세월은 말없이 흘러갔다. 인구는 늘어나고 죽어가며, 자신들이 북두칠성인이라는 사실들도 망각한 채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 끝없이 돌고 돌며 선악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번뇌하며 그렇게 살아갔다.
나반과 아만의 자손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분열되었고, 여러 나라로 나뉘게 되었다. 같은 핏줄이었건만 사소한 일에도 전쟁을 하였고 서로가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럴즈음 북두칠성인에게 가르침을 펴기 위하여 저 아름답고 신비로운 푸레데아드#1)인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때가 나반과 아만의 자손들의 역사가 펼쳐진지 1만 5천년이 지난 무렵이었으니, BC 49000년경이었다. 푸레데아드인들은 삶의 전문가였고 역사의 흐름을 뒤집어버리는 혁명가적 인물들이었다. 드넓은 뮤대륙 전역에 여섯 나라로 나뉘어진 나반과 아만의 자손들 속에 푸레데아드인들이 차례래로 태어나 어느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게 되었다. 그것은 혁명이었고 희생과 고통 없이는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주; #1) 지구에서 약 400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동양의 28숙(宿)의 앙(昻)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 7자매로도 유명하다.
푸레데아드인들은 몇 번에 걸쳐서 나반과 아만의 자손으로 둔갑하여 태어나 오랜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수천 년의 역사를 이끌어가게 되었다. 그들의 희생은 곧 사랑이다.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 나반과 아만의 수많은 자손들은 전쟁을 하지 않는 역사가 되었고 점차 미소를 머금는 나날이 되어갔다. 이것은 푸레아드인들이 역사를 그렇게 유도시킨 것이었다.#2)
주; #2) 우주에는 불간섭 원칙이 있다. 지구인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인으로 태어나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 가르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자재신의 법을 전파하여 뮤대륙 인 전체를 사랑으로 유도했다. 뮤대륙 인들의 역사가 성숙해지고 사랑에 눈을 뜨는 존재들이 늘어가자 푸레데아드인들은 더 이상 나반과 아만의 자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이제 나반과 아만의 자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삶 그 자체가 자제신으로 가는 길을 생각하게 되었다. 수행자를 존경하며 귀족과 왕족보다도 더 높이 평가하였다.
이렇듯 모든 뮤대륙 인이 전쟁을 하지 않게 되고 자재신의 이름을 부르게 되자, 푸레데아드 역사작전은 성공리에 끝이 나고 곧 철수가 되었다. 세월은 흘러 나반과 아만의 역사가 2만 4천 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역사는 언제나 번창하고 또 쇠퇴하기 마련이다. 창조가 시작되고 유지가 된 다음 소멸하는 것을 1주기라고 한다면, 뮤대륙 인들은 2주기 끝말에 살아가고 있었다. 1주기는 나반과 아만 이후로부터 시작하여 푸레데아드인들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때에 엄청난 싸움으로 인하여 수없는 사상자가 있었고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그로부터 역사는 새롭게 시작되어 오랜 세월 동안 번창되어갔다. 2주기는 결국 나반과 아만의 자손들의 역사라기 보다 푸레데아드인들이 이끌어가는 역사였다. 뮤대륙 인들이 드디어 2주기에서 3주기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우주적인 일이었으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는 BC 40225년, 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에서는 우주 창성이래 드물게 보는 대대적인 신들의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 회의에는 8천억에 달하는 각 태양계의 대표의식과 12성좌의 의식, 그리고 밝음의 의식과 어둠의 의식이 함께 자리하는 뜻깊은 회의였다. 이때에 회의의 주제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우주인간들을 어떻게 교화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신들은 이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하게 되었다. 드넓은 우주공간, 수많은 행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태였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행성들에 침입하여 무자비한 살생과 폭력을 휘두르고 우주적 재물을 약탈하는 파괴적인 우주인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성좌와 성좌 사이를 왕래하며 인간들을 납치하여 팔아먹는 인신매매범들이 우글거리는가 하면, 고도의 과학지식을 훔쳐내어 무기를 만들고 행성을 위협하는 무리들까지 이루헤아릴 수 없었다. 특히 각 행성마다 성좌마다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인신매매범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잘못을 모르고 있었고 정당하다는 착각 속에 있었다. 그들은 깊은 혼돈 속에 있는 존재이며 자신을 망각한 존재였다. 회의는 오랫동안 진행되어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우리 2세계 2우주 내#1)의 중성 우주권 내에 있는 전쟁광들, 인신매매범들, 그리고 흉악범들 모두를 총력을 기울여 잡아들여 그들을 지구성에 가두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성이었다. 북두칠성 네 번째 별에서 존재의 의식들이 정해 놓은 지구성의 삶, 그것은 눈앞이 캄캄한 삶이 아닐 수 없었다. 우주의 저편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쪽 편에 이르기까지 온갖 건달들만 축출하여 지구성에 몰아넣었을 때 그 역사는 과연 어떠하겠는가? 아아- 그것은 비극적인 삶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 세월에서 더할 수 없는 극악한 마음을 가진 존재라고 할지라도 그 역시 잠자는 자재신이 아닌가. 수많은 건달들은 '사리(비)아토 바바'라고 명명된 우주의 경찰들에 의해 속속 잡아들여졌다. 경찰은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며 건달들의 뿌리를 뽑는다는 결의를 하였고, 그 작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주; #1) 1세계에는 12우주가 있으며, 3세계 12우주 의식의 체를 초월하여야 깨달은 존재라고 볼 수 있으며, 깨달음에도 차원이 있으리라. 우리가 속해 있는 지구성은 2세계 2우주 의식의 중심권에 있다. 이스틴 은하계의 '야르한(슬픈 목마라는 뜻임)' 태양계이다.
사리아토 바바들에 의해 잡혀온 수많은 우주계의 건달들은 BC 40000년경부터 지구인으로 태어나기 시작하였다. 나반과 아만처럼 전생의 모든 기억을 상실당한 체 육체인간으로서 지구성에 태어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초에 북두칠성의 수행인들이 지구성에 태어나 지금은 뮤대륙 인이 된 존재들에게는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뮤대륙 인의 근기와 사리아토 바바들의 조치로 태어난 자들의 근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신통력을 발휘하는 사회가 되도록 유도했다. 일시적인 방향전환이었다. 새로 태어나는 존재들과 뮤대륙 인들을 서로 뒤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새로운 역사가 뮤대륙 인들에게는 3주기에 해당되는 때였다.
사리아토 바바들의 안내로 태어난 수많은 인간들의 새로운 삶은 애틀랜티스 대륙에서 시작되었다.#2)
주; #2) 현재의 대서양상에 존재했던 사라진 대륙 중 하나이다. 이미 플라톤의 저서인<티마이오스>와 <크리티어스>의 두 대화편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가 개성이 독특하고 또한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자들이었다. 욕망에 몸부림치며 자신을 상실한 자들이었으니, 이들의 삶은 그 출발부터가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광폭한 시리우스 계열의 영혼들과 사자좌의 영혼들이 가장 먼저 육체인간으로 환생되었다. 이들의 모습은 지금의 백인 모습을 취하고 있었고 파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사랑이 망각된 상태였지만 지혜는 놀라웠다. 아니, 지혜라기보다 타인을 괴롭히고 더욱도 흉악한 삶으로 가는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 건달의 삶, 바로 그것이었다. 성숙하지 않은 깊은 잠 속에서 헤매이는 우리들의 마음, 그래서 우리는 우주의 건달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을 팔아먹는 이들의 흉악한 마음, 그들은 지금 너무나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깊은 잠속에서는 잘잘못을 가릴 수가 없다. 조금이나마 깨어 있어야만 잘잘못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는 수많은 흉악범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팔아먹는 자들, 그들은 우주 저편에서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고, 그것이 정당한 행위라고 잠꼬대하던 자들이었다. 얼마나 잠에 취해 있으며, 얼마나 꿈을 꾸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들도 잠에서 깨어나기만 한다면 자재신이 아닌가. 만약 지구성이 잠에서 깨어난다면 우주는 분명 해탈 속에 있게 될 것이다.
애틀란티스인들의 삶이 시작된 것은 가장 깊은 꿈의 역사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꾀로만 뭉쳐진 육체인간들, 그들 앞에 위엄있고 무서운 힘을 나타내며 그들을 통솔하는 존재가 탄생하였으니, 그가 바로 애틀란티스의 초대 대왕 '오토 메스'였다.
그가 태어날 무렵 시리우스로부터 거대한 모선이 날아왔다.#1)
주; #1) 시리우스는 큰개자리에 있는 별로서 지구로부터 807광년 떨어져 있다. 중국의 천문학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 부른다. 또 이집트의 신년은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 7월 19일부터 시작되며, 이집트인들은 시리우스 별을 관측하여 일년을 365.25일로 하고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는 태양력을 사용한다.
시리우스 모선은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가득히 싣고서 지구성에 진입했다. 모선 속에는 12성좌로부터 날아온 수많은 생명체들이 있었으니, 사자·범·코뿔소·얼룩말·바다뱀…, 포유류·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였다. 수많은 꽃들, 식물들도 차례대로 지구성의 대지 위에 수를 늘리게 되었다. 그것은 우주에서 온 이들을 위하여 고국에 대한 향수와 지구성의 삶에 대하여 친근감을 심어주며, 알 수 없는 영혼과 육신의 조화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지구성에는 12성좌의 모든 동식물과 곤충들이 함께 존재하게 되었다.
지구성에는 이때부터 여러 가지의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우주의 동물왕국', 그리고 '잠자는 꿈의 세계', '욕망의 파도 속에 있는 지구'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본래 지구성의 이름은 '잠자는 꿈의 행성'이다. 우주에서 가장 깊이 잠든 곳이다.
애틀란티스인들의 1주기 삶이 시작되던 때가 뮤대륙 인들에게는 3주기이고, 그때를 맞추어 레무리아 대륙의 흑인들에게도 역시 1주기에 행당된다. 레무리아 대륙의 흑인들의 삶은 오랜 태고적으로 거슬러올라가지만 본격적인 삶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 서아시아 대륙과 인도양에 있던 레무리아 대륙 위에서 살아가던 흑인 종족들에게 기묘한 생명체가 찾아오게 되었다. 그 생명체는 길모#1)로서 가스형태의 존재였다. 길모의 지혜는 놀라워서 이제까지의 원시 두뇌의 흑인종족을 쉽사리 문명인으로 변화시켜놓았다. 가스형태의 길모가 어느 날 흑인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사고작용과 함께 온갖 지식을 가르쳐준 것이었다.
흑인들에게 온갖 지식을 집어넣은 후 길모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들이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은 그들의 원래 목적이 먼 미래에 찾아올 자재신들을 만나서 해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숭이머릿속에서 수면을 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쨌든 레무리아 흑인들은 길모에 의해 빠른 속도로 문명인인 되자 애틀랜티스의 백인들과 두뇌적으로 조화를 갖게 되었다. 이들이 만약 공격적이고 싸움 잘하는 애틀랜티스인보다 뒤떨어졌더라면 분명 엄청난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길모는 미리 예지라도 한 듯 백인보다도 흑인들의 지혜가 더 높도록 향상시켜놓았다. 바로 이 점이 문제였다.
주; #1) 길모가 변형되어 돌연변이 된 것이 AIDS바이러스로서, 물질만능에 빠져 있는 인류에게 마음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제동을 건 것이다. 집단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전에 먼저 인간의 마음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길모는 그 종류와 차원도 수없이 많다. 이들은 사념의 생명체로써 수동적인 존재이다. 인간의 마음에 따라 자재신도 될 수 있고 병원체로도 변할 수 있다.
지구의 천기(天氣)는 '길모'와 넓은 의미에서의 길모라 할 수 있는 '써말'과 '지스'로 구성되어 있다. '써말'은 인간의 상념에 따라 변하는 수동적 존재들로서 모든 우주의 기록은 이것에 의해 이루어진다. '지스'는 사랑에 굶주린 존대로 AIDS의 본체이며, 160여 종이 넘는다. 지금 드러나 있는 AIDS는 엄밀한 의미에서 가짜 AIDS로 볼 수 있으며, 인간들의 생각에 따라 진짜가 드러날 수도 있고, 안 드러날 수도 있다.
백인과 마찬가지로 흑인 역시 꿈속에서 헤매는 존재였다. 그런데 한쪽의 지혜가 더욱 앞섰을 때에 문제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자각도 못 한 상태에서 길모에 의해 지혜가 생긴 흑인들은 언제부터인가 저돌적인 백인들을 배척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분노를 느낀 백인들은 흑인들을 공격하지만, 흑인들의 앞선 무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백인들은 전쟁에서 패하고 풍비박산이 되었다.
애틀랜티스 백인들은 노예상인들에 의해 레무리아로 끌려가 가축과도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이것은 인과응보였다. 우주에서 저지른 죄과로 지구성에 들어와서는 고스란히 흑인들에게 당하게 된 것이다. 수없는 구타와 굶주림, 그리고 죽음의 문턱까지 오가면서 백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처참하게 노예로 전략된 백인들은 오랫동안 흑인들을 위하여 살아가야 했다. 이같은 노예제도#2)는 레무리아인들 스스로 인권의 존중함을 깨달았을 때 비로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흑인들은 수많은 백인들을 본국 애틀랜티스로 돌려 보내고 흑인들 스스로 백인들에게 문명을 이전시켜주었다. 하지만 노예생활에서 비롯된 백인들의 깊은 상처는 치유될 수가 없었다. 잊혀지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깊은 것이었다.
주; #2) 아프리카 흑인들이 개척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려간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국가든 개인이든 이러한 인과율(因果律)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서로가 사랑으로써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해야 새로운 인과를 만들지 않는 것이며, 인과율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깨우침을 얻는 것 뿐이다.
흑인들은 백인들을 본국으로 보내면서 상호불가침 조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애틀랜티스의 백인들은 도저히 마음의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치수뇌부에서는 일급비밀로써 언제고 레무리아 흑인들을 흔적도 없이 전원 죽인다는 것을 목표로 정해 놓았다.
흑인들이 비록 백인들을 노예로 부려먹었지만, 본래 흑인의 타고난 난폭성이란 백인보다는 못 한 것이었다. 백인들은 온순한 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우주 저편에서 폭력을 일삼던 건달의 마음이었기에 광폭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댔든 이때부터 백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흑인을 전멸시키겠다는 앙심이 뿌리 깊게 박히게 되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만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때가 BC 30100년이었다. 불가침조약 이후 레무리아와 애틀랜티스 간에는 민간인 차원에서는 교류가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단 한번도 왕래가 없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백인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져 뭉개졌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백인들 스스로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불가침조약 이후 백인들이 흑인들을 공격하지 못한 이유는 이때까지도 모든 분야가 흑인 쪽이 더 우세하고 앞섰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승리할 확률이 적을뿐더러, 인구수에 있어서도 판이한 차이가 나 있었다. 흑인들의 수는 3억 5천이었고, 백인들의 수는 1억 3천이었다. 나라숫자만 하여도 레무리아는 11개국이었지만 애틀란티스인들은 3개국에 불과하였다. 또한 애틀랜티스의 군부에서는 레무리아인들이 갖고 있는 비밀병기의 위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니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핵무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애틀랜티스인들도 마침내 핵무기 개발에 성공을 거두데 되었다. 일단 핵무기를 손에 넣게 되자 백인들은 지체없이 레무리아의 흑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무리아에서도 곧 반격이 시작되었다. 양측은 재래식 무기와 핵병기를 동원하여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무승부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굳이 말한다면 레무리아의 판정승이었다. 사망자 수에 있어서 애틀랜니스인들이 더 많이 죽었고, 애틀랜티스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던 것이다.
양측은 또다시 원시인 아닌 원시인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각 분야의 학자들은 모두 죽었고 군인들마저도 죽어갔다. 그러나 문명상태에 있던 존재들이었기에 옛 문명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전쟁의 허무함과 무서움을 양측 모두가 깊이 깨닫는 역사의 순간이었다. 양측 모두가 10분의 1 정도만 살아남은 채 전쟁의 아픔을 잊기 위하여 삶과 싸워 나갔다. 이로써 흑백 인종의 1주기가 끝이 나고 2주기가 시작되었다.
그 무렵, 뮤대륙 인들은 더 깊은 정신세계로 도약하고 있었다. 육체의 옷을 버리고 유체#1)인으로서 탈바꿈하여 또다시 정진해 가니 뮤대륙 인들은 4주기의 세월이었다.
주; #1) 유체: 내면의 체. 육체가 공간적 의미의 물질이라면, 유체란 시간적 의미의 물질. 그래서 인간의 영혼은 공간적인 육체와 시간적인 유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육체와 유체, 상념체, 신체라는 옷을 입고 있다. 양파껍질 벗기듯 욕망의 옷을 벗을 때 진아(眞我)를 발견할 수 있다.
흑백 양측이 모두 폐허가 된 이후 옛 문명을 되찾기까지는 2천 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이때부터 애틀랜티스인들은 무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첨단과학으로 지구의 지각과 지층의 모양을 정밀하게 조사한 후 간단한 방법을 동원하여 드넓고 기름진 레무리아 대륙과 함께 흑인들을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계획이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후 또다시 2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레무리아 침몰계획이 완성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지질을 조사하여 지층의 압력과 방향, 그리고 핵폭탄이 터질 경우 그 진동의 위력 등을 연구한 뒤 그 힘을 이용하여 거대한 레무리아 대륙을 수몰시키는 무시무시한 계획이었다.
계획이 완성된 직후 애석하게도 정작 버튼을 눌러야 할 당시의 아틀란티스 통치자 '마스트'대왕이 원인 모르게 죽고 말았다. 버튼의 번호는 암호로 되어 있었고, 그 암호를 아는 자는 마스트 대왕뿐이었다.
아틀란티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오랜 세월 준비해 온 계획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자 아틀란티스인들은 급기야 사분오열되었고, 분열된 상태에서 다시금 레무리아를 침공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양측은 상처만 남긴 채 원시적 생활로 돌아갔다. 이때가 BC25000년경이었으니, 흑백 인류는 증오가 거듭되는 역사 속에서 2주기의 세월을 보내고 3주기의 삶이 시작되었다. 바로 이 무렵, 그 옛날 무우인의 역사를 뒤집어버렸던 푸레데아드의 혁명가들이 다시 찾아왔다. 푸레데아드인들은 참으로 뛰어나고 위대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삶의 전문가였기에 끝없이 싸움만 반복하는 흑백의 인류가 전쟁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흑인으로 백인으로 태어나 그 흐름을 이끌어 나갔다.
흑인과 백인의 문명이 모두 물질 만능주의였기 때문에 이 두 문명은 언제나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흑백의 삶의 방향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다.
백인들이 살아가는 아틀란티스에는 물질문명을 고수시켰고, 레무리아인들은 예술과 신비주의 방향으로 역사를 유도시켰다. 서로가 도움을 받고 두움을 주어야 하는 새로운 인종의 역사를 이끌어 나간 것이다. 이때에 찾아온 푸레데아드인들의 목적은 흑백 인종에게 평화적인 삶을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지 이들을 자재신의 길로 유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무우인들처럼 북두칠성에서부터 도를 닦은 수행인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푸레데아드인들이 흑인으로 백인으로 끝없이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두 대륙의 삶의 방향은 점차 뚜렷이 구분되어 갔다. 마침내 한쪽은 물질사회, 다른 한쪽은 예술과 신비주의사회로 그 색깔이 구분되어지자, 그에 따라서 흑백간의 전쟁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푸레데아드인들은 또다시 그들의 계획을 성공리에 끝내고 지구성을 떠났다. 세월이 흐르면서 예술사회는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레무리아 대륙에 머물렀던 많은 수의 흑인들이 아프리카로 이주했다. 백인들도 분열하여 많은 수가 뮤대륙으로 이주를 했다. 이때가 BC13000년이 조금 못되는 시기 였다. 레무리아의 흑인들 사회에서는 예술과 신비주의가 극치에 이르렀던 때였고, 아틀란티스의 백인사회에서는 물질만능주의가 극을 치닫고 있는 때였다.
흑인과 백인간의 싸움이 사라지자 이제는 레무리아와 아프리카로 이주한 흑인들끼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미색의 여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은 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결국 레무리아 흑인들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그 감정의 대립은 오랜 세월을 지속시켰다. 그 사건 이후 아프리카 흑인과 레무리아 흑인은 서로 대립국이 되어 버렸다. 흑인들끼리의 대립이 시작되던 시기에 뮤대륙에서도 크나큰 전쟁과 불운을 예고하는 씨앗이 돋아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무우인과 백인여성 사이에 태어난 반신반인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뮤대륙에서는 무우인과 반신반인들, 그리고 백인 사이에 점차 갈등이 심화되어 갔다. 이 갈등은 보통인간인 백인들 쪽에서 생각할 때에 자신들이 몇십 년만 살다보면 죽어야 하는 육체인간이며 초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반신반인들의 입장이 더욱더 애매모호한 상태였던 것이다.
신통자재한 신체를 지니고 있던 반신반인들은 백인보다는 우월하였으나 무우인들처럼 신선의 차원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반신반인들은 신통자재함 속에서 무우인처럼 죽지 않는 신선이 되고 싶었다. 결국 반신반인들은 백인도 될 수 없었고 무우인도 될 수 없다는 비애를 느끼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반신반인들의 갈등은 심화되고 결국엔 백인들에 대한 행패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무우의 초인들은 왜 백인여성과 성접촉을 하였던가? 이미 성 초월상태에 있던 무우인들이 무엇이 답답하여 백인여성과 접촉하여, 그 결과 튀기를 태어나게 하였을까?
무우인들은 이때에 벌써 깨달음을 향하여 가고 있었고, 마음의 눈으로 머나먼 미래까지 예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숙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백인과 흑인 모두가 자신들 같은 상태가 되기까지는 수없는 나날의 삶을 필요로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는 윤회를 돌아야 했다. 그리하여 허구한날 전쟁과 미움의 갈림길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들을 위하여 무우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그들과 동반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무우인들만이 해탈이 아닌 전인류가 똑같이 해탈하고자 알면서도 뿌려야 했던 씨앗이었다.
그때 이미 무우인들 스스로는 눈에 보이는 영혼의 스승없이도 진리의 세계에 도달하리 만큼 무르익어 있었다. 그러나 진리의 세계로 훌쩍 가버릴 수가 없었다. 방황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을 두고서 어찌 해탈을 할 수 있었겠는가.
본래 북두칠성의 계획은 지구성에서의 올바른 수행으로 해탈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우인들 스스로가 깊고 깊은 정신세계에 이르게 되자 흑백인들과 함께 진리의 세계로 가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행위의 씨앗을 뿌린 것이고 죄업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그 행위의 씨앗이 반신반인으로 나타나 오늘에 이르른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무우인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깊고 깊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때에 무우인들이 뿌렸던 씨앗은 분명 자비의 행위였다. 무우인들로 인하여 태어난 반신반인들, 그리고 그들과 백인들과의 싸움, 서로간에 당해야 했던 고통은 수억 겁의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처러야 할 고통을 가볍게 치를 수 있는 매우 지혜로운 업장소멸의 길이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경거망동하는 반신반인들을 바라보며 책임감을 느끼던 어느 날, 무우인들은 반신반인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무우 대륙 내의 백인국가인 '울카 제국'에 귀속하든가, 아니면 반신반인만의 나라를 세우든가 결정을 내리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반신반인들은 무우인의 말을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고는 난동만을 일삼으며 살아갔다. 무우인들은 마지막으로 다시 같은 말을 남긴 채 서부지역으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이것은 무우의 백인제국 '울카'가 생긴 지 1천 년이 지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니. 이때가 BC 11060년 이었다. 무우인이 자취를 감추어버리자 드디어 세상은 반신반인들의 것이 되었다. 반신반인들은 비교적 평화를 유지하며 민주적으로 살아가고 있던 본국 아틀란티스로 넘어가 정권을 가로채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울카 제국의 정권도 자연 반신반인들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로부터 2천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백인 남녀들은 곤욕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이때에 반신반인들은 레무리아와 아프리카의 흑인들과는 몇 번에 걸쳐서 불편한 관계로 까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신비주의와 예술지향적인 흑인과는 제법 주거니받거니 죽이 잘 맞았다. 그것이 반신반인과 흑인들이 마찰없이 지낸 간접적인 이유였고, 반신반인들을 탄생시킨 존재가 흑인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천 년의 세월 동안 백인들은 온갖 곤욕속에서 레무리아와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반신반인들을 몰아내는 일을 도와달라고 수도 없이 간청하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였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 였지만,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흑인들조차도 반신반인들의 신통력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고 무조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백인남녀들, 특히 여인들의 곤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2천 년의 세월은 백인남녀들을 최면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반신반인들에게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특히 금발의 여인들은 창녀 취급을 받으며 사는 것이 곧 백인들 본래의 삶인 양 체념하고 사는 깊은 최면의 삶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백인들에게 무지개빛을 던져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머나먼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파엘라'였다. 그녀는 반신반인들을 몰아내고 여인제국을 세웠으니 백인들을 해방시켜주었다. 바로 이 무렵, 여인제국과 백인남성들이 하나의 나라로 합쳐지던 BC9766년, 무우대륙의 서부지역에 살고 있던 무우인들은 정든 대륙을 등지고 떠나가고 있었다. 나반과 아만이 머물렀던 그 옛거리로 가는 것이었다.
무우인은 알고 있었다. 얼마 후면 지독한 싸움이 벌어져 대지는 바다에 가라앉고 산더미 같은 물기둥이 자연을 휩쓸어버릴 것이며, 하늘마저 먹구름으로 뒤덮이리라는 것을 예지한 것이었다.
무우인들이 자리를 옮겨 정착한 곳은 바로 지금의 만주, 백두산이 바라다보이는 곳이었다. 제 아무리 대지가 요동칠지라도 이곳 만큼은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무우인들이 만주에 머물게 되자 백인사회와 흑인사회에서, 그리고 소수의 반신반인들이 무우인들 겉으로 찾아왔다. 이들은 무우인의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무우인들을 존경하던 자들이었다.
바로 이 무렵부터 무우인들의 인구는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12성좌의 별자리에서 무우인들 못지않게 깊은 정신세계를 향해 가고 있던 수행인들이 무우인과 합류하여 역사를 이끌어가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무우인들의 몸을 빌려 태어나는 것이었다. 무우인들이 미래의 역사를 꾸미려고 만주대륙에 머물며 인구를 늘려가고 있을 무렵, 아틀란티스 대륙에서는 백인들이 울카 제국의 반신반인들을 죽여 없애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미 울카 제국에 머물러 있던 소수의 백인들마저도 본국으로 귀환하였던 터라 무우대륙에는 이제 반신반인들 뿐이었고, 그 인구도 상당수에 이르러 있었다.
울카 제국은 12개국이었고, 또한 매우 강력하였다. 풍부한 지하자원이 울카 제국의 반신반인들을 더욱 강성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따라서 아틀란티스의 백인들은 반신반인들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백인들은 이미 반신반인들의 최면에서 깨어났고, 여인들의 과학의 힘에 의해 고도의 첨단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할 수 가 없었다.
여인 과학자들에 의해 오래 전에 개발된 진동핵 폭탄을 사용하여 반신반인들을 완전 멸절시켜버리려고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백인들도 그 피해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틀란티스의 백인들은 연일 데모를 하면서 정부를 향하여 울카 제국을 멸절시켜버리자고 외쳐댔다. 그리고 우유부단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하여 대규모 군중이 동원되고 닥치는 대로 부수어버리는 둥 난동을 부렸다.
그런데 아틀란티스 정부와 군 수뇌부들이 울카 제국에 대한 공격을 망설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백인 통치자 모두가 반신반인이라면 이를 갈고 있었고, 또한 국민들의 분노를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자칫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지반이 약한 아틀란티스 대륙이 가라앉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틀란티스 정부는 지질학자들을 동원하여 지구성 전역을 대상으로 지질과 지층 모두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연일 수많은 군중의 데모와 집회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지질학자들은 면밀히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지질과 지층을 조사했다. 그리하여 지진에 강한 가장 안전하다고 판정난 곳이 지금의 북아프리카였다.
아틀란티스 정부는 일단 지진에 가장 안전한 장소를 알게 되자 백성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하여 울카 제국에 선전 포고도 없이 재래식 무기들 동원하여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하늘에는 싸쿠(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지상에는 아단(전차)이 움직였다. 대규모의 아틀란티스 육·해·공군이 무우의 울카 제국을 향하여 진격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격정 속에서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핵전쟁 만큼은 그들 스스로도 억제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울카 제국을 없애기 위하여 핵으로 공격한다면 결과적으로 아틀란티스마저도 자멸이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고의 재래식 무기로써 단시일 내에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무궁무진한 무우 대륙의 지하자원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었다.
울카 제국은 분노한 아틀란티스 군대에 대항했지만, 이들은 아틀란티스 백인들처럼 두뇌집단이 아니었다. 신통력은 구사할 수 있었어도 치밀한 작전이라든가 선제공격에서는 백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전쟁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틀란티스의 승리일 수 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울카 제국은 무조건 항복을 하는 동시에 협상을 제의해 왔다. 그리고 그 협상과정에서 울카 제국의 반신반인들은 무력침공의 이유가 무엇이냐고 아틀란티스 제국에게 물었다. 이에 아틀란티스 제국에서는 그 옛날 백인들을 2천 년간이나 통치했던 반신반인들을 향한 분노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백인들의 잘못이었다. 백인들을 통치했던 반신반인들은 소수였고, 울카 제국의 탄생때 부터 골머리를 않던 소수의 집단이었다. 그들 소수의 집단이 반신반인들 전부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들 소수의 반신반인의 후예들은 울카 제국 내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아틀란티스 제국의 백인들을 괴롭혔던 반신반인들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파엘라에게 쫓겨난 후 울카 제국으로 숨어들어 작은 집단을 이룬 채 모여 살고 있었던 것이다. 울카라는 거대한 반신반인들의 제국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쫓아버리자니 같은 반신반인의 입장이었고, 그냥 두자니 언젠가는 아틀란티스 정부로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틀란티스 정부에서 그 옛날 2천 년 동안을 통치했던 반신반인들의 후예들(션밀족: 울카 제국인들이 부르던 이름)을 아틀란티스 제국으로 넘겨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무의 울카제국에서는 정식으로 거절을 했는데, 그로부터 몇 년 후에 공격을 당하게 된 것이다. 울카 제국으로 들어온 션밀족은 같은 반신반인들 사이에서도 멸시를 당하였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어디를 가도 말썽이었고 사고를 내는 민족으로 전략되었다.
울카 제국의 입장에서 봐도 션밀족은 분명 눈에 굴러다니는 모래알과 같은 존재였다. 백인들의 무차별 공격에 의해 무조건 항복하고 전쟁을 끝낸 후 울카 제국에서는 션밀족을 한곳에 집결시켰다. 이미 무우 전역이 초토화된 뒤였고, 울카인들은 더 이상 션밀족을 보호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울카 정부에서는 션밀족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아틀란티스인들의 요구대로 백인들에게 끌려가 지난날의 죄과를 씻는 길, 두 번째는 옛 무우인들이 이주한 북방대륙으로 도망치든가 하는 두 가지 방법이었다. 두 가지 방법 모두가 결국은 울카 제국을 떠나는 것이었고, 반신반인 사회에서는 영원한 이별이었다. 이에 션밀족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울카 제국을 떠나겠다고 하였다. 이때 울카 제국의 대사제는 떠나는 션밀족에게 아틀란티스로 가기보다는 북방의 옛 무우인을 찾아가 정신적 길을 걷으라고 충고했다.
울카 제국이 션밀족으로 인하여 흘린 피는 참으로 컸다. 같은 반신반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것이다.
울카 제국은 이때부터 아틀란티스 백인들에게 증오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우 대륙의 지하자원을 갈취해 가다시피하였고, 울카인들을 아예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착취의 세월을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아틀란티스인들이 2천 년 동안 당해왔던 앙갚음을 울카인들에게 철저하게 되돌려 갚아주는 격이 되었다.
BC 9550년경, 아틀란티스 제국은 크게 둘로 분열되기 시작하였다. 분열된 2개의 제국 중 하나는 아틀란티스 본국을 차지하게 되었고, 또 하나는 무우 대륙의 서북쪽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 옛날 무우인을 찾아와 반신반인들을 낳게 하였던 백인들의 이주와 비슷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무우 대륙의 북서쪽을 차지한 백인들의 신제국의 이름은 '첸틴놋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첸틴놋스란 '정복'이라는 의미이며 모든 존재들을 정복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신제국의 백인들은 세계정복을 꿈꾸며 힘을 축적해 나갔다. 그 힘은 날로 성장하여 울카 제국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고, 본국 아틀란티스 제국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어갔다. 신제국 쳇틴놋스는 힘이 날로 커져 본국에 힘을 과시하는 단계에 이르자 우선적으로 울카 제국에 부터 무력을 사용하였다. 그때 울카인들은 신제국의 위협을 아틀란티스 제국에 알리며 도와줄 것을 청하였다. 이에 본국 아틀란티스 정부에서는 울카 제국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울카 제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그 이면에는 음흉한 속셈이 있었다. 울카 제국에 재래식 무기를 공급해 주고 자원을 가져가며, 또한 울카 제국의 힘으로 신제국의 힘을 약화시키게끔 전쟁을 시키는 일이었다.
아틀란티스 제국의 계략대로 신제국과 울카 제국은 하루도 빠짐없이 싸웠다. 분열된 울카 제국 내에서도 정부군과 반정부군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기도 하였다. 따라서 울카 제국의 반신반인들은 마치 싸우기 위하여 태어난 집단 같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을 놓칠세라 신제국 첸틴놋스에서는 울카제국의 반정부군에게 무기를 공급하게 되었고, 아틀란티스 정부에서는 울카 정부군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꼴이 되었다.
싸움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애초에 울카 제국은 신제국의 무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아틀란티스 정부에게 도움을 청하였던 것인데, 이제는 양측의 초강국 백인들의 계략에 휘말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울카인들은 더 이상의 민족분열을 막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백인들 두뇌집단의 계략에 휘말려들고 마는 것이었다. 같은 울카인끼리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일말 발생하였고, 백인들이 이를 유도하였으며, 울카인들은 알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정부군은 아틀란티스제 총과 대포를 반군을 향하여 쏘아댔고, 반정부군은 신제국제 무기를 정부군을 향해 쏘아댔다. 양측 백인들은 서로 최신무기들을 공급하며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 나갔다. 당시 울카인들은 '태양'을 숭배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력하게 태양신을 부르며 어리석은 역사를 연출하고 있었다. 반신반인들은 세대가 거듭대면서 전쟁하는 삶이 곧 자신들의 삶이라고 여길 정도로 최면되어갔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서 견딜 수가 없었고, 차츰 최면되지 않은 소수의 반신반인들은 정든 무우 대륙을 빠져나가 옛 무인이 사는 대륙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그럴 즈음 마침내 아틀란티스 정부군과 신제국군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무우 대륙의 기름진 옥토와 무진장한 지하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양측의 무시무시한 육·해·공군의 화력이 불붙기 시작했다. 지상과 해상에서는 신제국인들의 무기가 앞서 있었지만, 공군에 있어서는 아틀란티스 정부군이 훨씬 우세하여 제공권은 거의 장악하다시피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틀란티스 제국은 힘을 잃어갔고, 드디어 신제국의 해상병들이 아틀란티스 대륙에 상륙하기에 이르렀다. 이때에 신제국의 총통은 '우왈타'였고, 아틀란티스 제국은 '아스라 7세'가 제왕으로 있었다. 양측 모두 핵무기의 위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핵무기는 서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스라 7세가 잠든 사이 그의 왕비 '부리나'가 공군참모에게 비밀리 핵공격을 감행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때가 BC 9316년. 아- 이것이 아틀란티스와 무우 대륙을 바닷속으로 침몰케 하고 역사의 막을 내리게 한, 어리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였다.
엄청난 위력을 지닌 아틀란티스의 핵폭탄 602개가 공군기에 실려 무우 대륙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각 분화구마다 수십 개씩의 수소폭탄을 쏟아부었다. 잠시 후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발음과 함께 무우 대륙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대지의 움직임이었다. 거대한 대륙전체가 요동을 쳤다. 피할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요란한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며 모든 것을 덮쳤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었다. 앞뒤를 재볼 겨를도 없었고, 어떤 판단을 내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거대한 무우 대륙의 대지가 뒤틀리는가 싶더니 여기저기가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비명소리는 대지에서 발하는 요동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무우 대륙의 이같은 움직임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갈라진 대지 사이로 용암이 흘러나오고, 쇠붙이도 녹이리만큼 과열된 물과 기름이 용솟음 쳐나왔다. 그곳에서는 그 어떤 존재도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괴멸이었고, 인간에 대한 저주의 손짓이었다.
무우 대륙이 요동치자 아틀란티스 대륙도 엄청난 지진의 진동에 의해 그 화려한 거리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걷잡을 수 없는 지진파는 아틀란티스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지진과 진동의 여파가 지구성의 곳곳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구석구석을 그대로 내버려두질 않았다. 무우 대륙의 엄청난 충격과 압력은 둥근 지구성의 전역을 밀어버렸다.
그런데 그 여파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개의 위험스런 무기들을 차례대로 폭발시킨 것이었다. 신제국의 자하격납고의 핵무기도 폭발시켰고, 아틀란티스의 지하에 숨겨놓은 무기도 자동폭발되었다. 핵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모든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여기서 또 하나의 크나큰 재앙은 2만 년 전에 아틀란티스인들이 레무리아 대륙을 침몰시킬 계획으로 마스트 대왕이 지층 사이에 장치를 두었던 핵폭탄이 압력에 의해 자동적으로 연쇄폭발된 것이다. 아- 정말 비극 중의 비극이었고, 그 참상이란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무우 대륙은 요동 속에서 차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으며, 레무리아도 아틀란티스 대륙도 서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아틀란티스의 수뇌부들은 서둘러 비행정에 몸을 싣고 하늘로 올랐고, 신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수의 백인들은 하늘 위로 오른 채 요동치는 지구를 바라보면서 가슴을 쥐어뜯었다.
대륙이 침몰하던 그때에 살아남은 백인들의 숫자는 양측이 합하여 불과 500여 명에 불과하였다. 부리나 여왕은 대륙침몰과 함께 돌더미에 깔려 죽고 말았다. 레무리아 흑인들은 모두 죽었고, 그것은 무우와 아틀란타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아시아 북방으로 이주한 옛 무우인과 무우인을 따르던 소수의 백인과 흑인, 반신반인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원출처 : 행림출판 발간 여인왕국[출처] 1. 天神의 후예들 |작성자 www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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