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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만 <특집:100일 맞는 美기름유출 사태>

멕시코 만 <특집:100일 맞는 美기름유출 사태>

연합뉴스 2010/07/28

멕시코만 기름유출원 차단에 나선 선박들

(미국 HC-144A 해상초계기내=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 해안경비대의 해상초계기 HC-144A에서 내려다본 멕시코만 원유유출 현장 부근 해상에 붉은 기름띠가 떠다니는 가운데 방제 선박들이 기름유출원 차단작업을 하고있다. 2010.5.13 ash@yna.co.kr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가 29일(이하 현지시간)로 100일째를 맞으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등 각종 기록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사고 발생 3개월만인 지난 15일 차단돔 설치 성공으로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기름유출의 근본적인 차단은 8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감압유정 굴착공사가 성공적으로 종료돼야 기대할 수 있는데다 그동안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환경재앙이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특히 환경상의 재앙 뿐만 아니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에 악영향을 미치며 정치쟁점으로 부상했고, 사고를 초래한 영국 석유 메이저 BP는 파산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사고경위와 피해규모 = 4월20일 밤10시께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BP가 운영중이던 석유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 11명이 사망했다. 사고발생 이틀 뒤인 22일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면서 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의 대형 철제 파이프(Drilling riser)에 3개의 구멍이 생겨 원유가 해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광물관리청(MMS) 등 연방정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가운데 유정내 이상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장치인 `폭발방지기'(BO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당시 경보장치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재(人災)의 성격이 다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P는 이 사고에 앞서 지난 10여년간 알래스카 등지에서 시추를 해오면서 노후 장비를 방치해 안전규정을 무시한다거나, 직원들에게 문제점을 보고하지 말도록 하는 등 `안전불감증'의 시추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사고발생후 지금까지 유출된 기름의 양은 CNN 추정에 따르면 최소 303만배럴에서 최대 520만배럴에 달한다. 지금까지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기름유출 사고인 1989년 알래스카 해역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건의 25만7천배럴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또 세계 5대 기름유출 사고중 하나로, 1991년 1월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면서 유정과 원유저장시설을 파괴해 유출된 571만배럴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BP 최고경영자, 기자 질문에 '울상' (AP=연합뉴스)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 석유회사인 영국 BP의 최고경영자 토니 헤이워드가 지난 5월 24일 루이지애나주 해안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2007년 발생했던 한국 태안 앞바다 유출사고 당시 유출량이 7만8천배럴인 점에 비춰보면 이번 사태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유출된 기름띠는 현재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팬서콜라 등 플로리다주 서부해안까지 확산되고 있다. 연방정부에 의해 어로행위가 금지된 해역이 8만여 평방마일에 달해 새우, 게, 굴양식 등 연근해 어업의 중심지였던 멕시코만의 수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다행히 원유유출공동대응센터는 23일 어장이 폐쇄됐던 멕시코만 해역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만8천344㎢에서 어획 재개 지시를 내리는 등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인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해안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주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컨설팅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미 여행협회의 의뢰로 수행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멕시코만 인근 5개 주의 관광산업 피해는 227억달러(27조3천억원 상당)로 추정됐다.

유출된 원유가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해안 습지로 유명한 루이지애나 해안 등 멕시코만 해안을 오염시키면서 야생동식물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조류와 거북이 등 2천600여종의 야생동물이 기름띠 오염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조류 1천150마리와 바다거북이 434마리 그리고 50여마리의 포유동물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 연안의 매우 얕은 수역에 돌고래와 상어가 출몰하고, 물고기가 떼지어 나타나는 등 해양동물이 전에 없던 행태를 보여 해양생물의 서식처가 심각하게 오염된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방제.유출원 차단작업 = 미 정부는 사고직후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사령관을 책임자로 하고, 관계부처 관리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 대책반을 구성해 긴급 유출원 차단 및 방제작업을 전개해 왔다.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 등 300여대의 항공기와 해안경비선 등 6천여척의 선박은 물론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4개 주(州)에서 주방위군까지 동원되고 있다. 사고발생 석달째를 넘긴 현재까지도 유출원 차단작업에 2천여명 등 4천여명의 인력과 선박 200여척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름유출' 멕시코만에서 구조된 새 (AP=연합뉴스)

미국 조류 연구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1일 루이지애나주 포트 잭슨에서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로 기름에 뒤덮인 '북방 가넷' 새를 구조해 치료하고 있다.

BP도 현재까지 39억달러 규모의 방제비용을 투입하고, 지역 어민들까지 고용해 오일펜스 설치 등 거사적인 방제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초기 고장난 폭발방지기의 수리시도가 실패하고, 5월초 건물 4층 높이의 대형 철제 컨테이너 형태의 '오염물질 차단 돔'을 해저에 설치하는 작업과 해저 유정에 점토성분이 높은 액체를 투사해 유출원을 막는 `톱 킬(top kill) 방식도 실패하는 등 시행착오를 계속했다.

다만 15일 사고 발생 3개월여만여만에 차단돔 설치에 성공함으로써 해상으로는 더이상의 기름이 유출되지 않고 회수되고 있는 가운데 열대성 폭풍 `바비'의 영향으로 중단됐던 유정 봉쇄작업을 재개하고 있다. 일단 8월초까지 유정으로 통하는 관내로 진흙을 주입해 원유를 저류층 밑으로 내려보낸 뒤 다시 시멘트를 부어 유정을 완전 밀봉하는 '스태틱 킬'(static kill)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감압유정 굴착공사를 재개해 8월 중순까지는 유정을 완전히 봉쇄한다는게 BP의 복안이다.

방제작업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허리케인 `알렉스'와 열대성 폭풍 `바니'가 멕시코만을 통과해 사태수습을 지연시키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초래하지 않고 지나갔다.

특히 멕시코만의 기름띠가 순환해류(Loop Current)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플로리다 해협을 거쳐 멕시코 만류(Gulf Stream)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해 동부연안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걱정은 일단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BP의 뉴올리언스 사무실에는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를 비롯해 일반 시민이나 전문 기관 및 회사들로 부터 방제작업 및 유출원 차단과 관련해 8만여건의 아이디어가 쇄도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가 세계적인 관심사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비화(?) =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모두 4차례 멕시코만을 방문했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첫 TV 대국민 연설까지 하며 위기국면의 돌파를 시도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두차례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한차례 방문해 지역주민들을 위로하는 등 백악관은 나름대로 사태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BP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200억달러의 피해보상기금을 내놓도록 했고, 석유업체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감독을 비난하면서 광물관리청(MMS)의 쇄신과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연안시추의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했으며, 심해시추 잠정 금지 기간을 오는 11월30일까지로 연장하는 등 다각적인 정책대안도 마련해 시행중이다.

하지만 사태가 세달째를 넘기며 장기화되자 미국내 여론이 연방정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해 환경재앙을 키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여론은 70% 이상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사고회사인 영국 석유회사 BP에 대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민심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말 원유유출 차단 노력이 별 성과가 없자 "빌어먹을 그 놈의 (유출)구멍을 막아버려"라고 내뱉었을 정도로 애를 태워온 오바마 대통령은 급기야 최근에는 메인주의 한 섬으로 가족휴가를 갔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8월초에 여름휴가 처음 며칠을 멕시코만에서 지낸 뒤 매사추세츠주의 고급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 섬으로 떠나기로 일정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기름유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방 상하원 선거의 쟁점 뿐 아니라 동부와 서부 연안 지역에서 연안석유 시추금지에 대한 논란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하는 등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산위기에 봉착한 BP =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석유회사 BP도 파산 가능성이 계속 거론될 정도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BP는 2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7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30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해 피해보상비 200억달러를 포함해 방제와 보상비용 등 모두 322억달러의 사고 수습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P는 원유유출 사고 수습을 위해 방제, 감압 유정 굴착, 보상금, 연방정부에 들어간 비용, 개인 피해보상금 등을 모두 포함해 35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힌바 있다. 게 피해보상에는 1억6천500만 달러가 소요됐고, 현재까지 제기된 피해보상 요구건수는 10만5천건에 이르며 이 중 5만2천건 이상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그래픽> 세계 5대 기름 유출 사고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사고의 피해규모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국제문제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세계 5대 기름유출 사고를 소개했다.

또 최고경영자(CEO) 토니 헤이워드를 10월1일자로 경질하고, 밥 더들리 관리담당 이사를 최고 경영자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까지 교체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헤이워드는 기름유출 사고 와중에 가족들과 요트 대회를 참관하고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하는 등 미숙한 대응으로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와중에 BP가 경영진중 몇 안되는 미국인 출신의 더들리 이사를 후임 CEO로 임명한 것은 악화된 미국여론을 되돌리며 위기탈출을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백악관은 특히 BP에 대해 CEO 교체에 관계없이 멕시코만 오염 청소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당초 약속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BP가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수습비용 지출로 파산할 경우에 대비해 위기대응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파산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설을 입증하듯 BP는 방제비용 마련을 위해 알래스카 유전지분은 물론 베트남과 파키스탄 생산현장 지분 17억달러 가량을 매각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세계 곳곳의 자산과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엑손모빌,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로열 더치 쉘 등 세계적 석유회사 4곳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를 교훈삼아 각각 2억5천만달러씩 조달, 총 10억달러 규모의 위기관리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많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이번 사고는 8월초의 '스태틱 킬'(static kill) 방식과 8월 중순으로 예정된 감압유정 굴착공사를 통해 유정을 완전히 봉쇄하는 작업이 성공해야 종료될 전망이다.

하지만 BP가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유출원 차단작업이 여러 차례 실패하거나 무산된 경험이 많다는 점에서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게 중론이다.

설사 사고 유정을 완전 봉쇄하는 작업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른 대형 유출사고의 경험으로 미뤄볼때 기름에 오염된 멕시코만이 정상을 찾기까지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란게 중론이다.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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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멕시코만 인근 호수 다시 기름 세례

2010/07/28

(뉴올리언스 AP AFP=연합뉴스) `영국석유(BP)'의 멕시코만 유정 기름 유출 사고로 이미 오염된 멕시코만 인근 바라타리아만 북쪽에 있는 머드 호수에서 27일 바지선이 폐유정을 들이받는 바람에 뿜어져 나온 기름으로 호수가 다시 더럽혀졌다.

이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량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2km가량의 형성된 기름띠는 멕시코만 기름유출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1시쯤 예인선이 바지선을 밀고 가던 중 바지선이 유정 뚜껑에 충돌해 일어났으며, 당시 물과 천연가스, 기름 범벅이 30m 높이로 솟구쳤다고 해안경비대는 밝혔다.

예인선 선장은 당시 유정에는 규정과 달리 경고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amia05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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