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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 얘기들 !

+ ` 천안함의 눈물 ` 기념관 건립 - 역사적 교훈

진주만이 천안함에 주는 역사적 교훈

2010년 05월 02일 (일) 00:31 유코피아

[유코피아닷컴=박현일 기자, ukopia.com]극성스런 환경보호단체들도 입 한번 벙긋 못하는 곳이 미국에 꼭 한군데 있다. 오일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할 말을 못한다.

하와이의 진주만 바다 속에 가라앉은 전함 애리조나호에서 새어나오는 시커먼 기름이다. 누출량은 하루 1리터 가량. 벌써 69년째 흘러나오고 있다.

이 기름을 일컬어 흔히 '검은 눈물(black tears)' 또는 '애리조나호의 눈물(the tears of the Arizona)'이라고 부른다. 어느 누구도 '눈물' 앞에는 숙연해져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애리조나호가 침몰한 것은 1941년 12월 7일. 항공모함 6척을 동원한 일본의 기습공격에 의해서다. 두 차례 어뢰공격을 받아 8분만에 배가 두동강 났다. 전체 승조원은 1,400여 명. 이중 1,177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일본군의 당초 공격목표는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었으나 마침 공해상에서 훈련 중이었다. 애리조나호는 3만톤급의 수퍼 전함. 이를 항모로 오인한 일본 함재기들이 집중 공격을 퍼부어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 것이다.

생존자들은 매년 그 때가 되면 현장을 찾아 '검은 눈물'에 자신들의 눈물을 보탠다. 전쟁이 끝난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났건만 처절했던 그 날의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들이 죽으면 화장해 이곳에 재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해군당국도 애리조나호의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어나와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특수장비를 동원해 기름띠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마지막 남은 생존자가 숨을 거둬야 '눈물'이 그칠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처음엔 바다 오염을 우려해 선체를 인양 해체하려 했으나 침몰한 배 위에 기념관을 세우기로 방침을 바꿨다. 전국적으로 건립기금 모금 운동이 펼쳐졌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공연수익금을 몽땅 기금으로 내놓는 등 캠페인에 앞장섰다.

2차대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재임기간 중 애리조나호를 방문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있다. 심지어 히로히토와 아키히토 일왕부부도 기념관을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그래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걸 보면 아직도 용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일본의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 등 외국 함정들도 이곳을 지날 때는 전 장병들이 갑판에 나와 도열, 애리조나호의 영령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붙인다.

기념관 인근엔 10년 전 퇴역한 미주리호도 정박해 있다. 연합군최고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가 일본의 공식 항복을 받아낸 유서깊은 전함이다.

박물관으로 개조된 미주리호에선 맥아더의 당시 연설이 육성으로 흘러나온다. "이제 피로 물든 살육의 과거는 뒤로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관용과 정의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애리조나호는 전쟁의 비극을, 미주리호는 미국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어 역사의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 두 전함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100만명이 넘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천안함도 해상 기념관을 만들면 좋을지 싶다. 백령도가 물살이 세 어렵다면 인천 앞바다도 괜찮다. 희생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한편 민족분단의 비극을 일깨워주는 역사의 성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애리조나호를 참배하며 일본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다. 전쟁의 끔찍함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낼 뿐이다.

천안함의 눈물…. 어쩌면 북한지도자들의 참회와 민족화해를 위해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