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스폰서]
"룸살롱서 2차 보낼 생각하니 수사비 부족”
김용철 변호사 ‘향응 리스트’ 관련 〈한겨레〉인터뷰
“검찰, 자체 개혁할 의지 없어…이러다 금방 잊혀질 것”
» 김용철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는 26일 “검찰 조직은 자체 정화할 능력을 잃었다”며 “검사장 주민직선제 등 근본적인 개혁이 검찰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음식점에서 <한겨레>와 만나 전직 건설업체 대표 정아무개(51)씨가 폭로한 ‘검찰 향응 리스트 파문’에 대한 검찰의 대응이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씨가 제기한 문제는 검찰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라는 조직을 꾸린 것 자체가 검찰이 개혁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 했지만, 결국 검찰이 지목한 인사들이고 수사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며 “진상조사위는 여론을 살펴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는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개혁’에 대해 “대통령 등이 쥐고 있는 검찰 인사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획기적인 대책이 없는 이상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디수첩, 미네르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까지 검찰의 최근 수사들을 보면 원칙 없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인사에 목을 매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예정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2007년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면서 ‘떡값 검사’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검찰 향응 리스트 파문’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개인적으로 이러다가 금방 또 잊히리라고 본다. 지금의 검찰 조직은 자체적으로 개혁을 할 힘을 이미 잃어버렸다.”
-검사 시절에 접대받은 검사를 보거나,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나?
“당시 여러 선배들이 외부 기업체 등의 법인카드를 쓰고 있었다. 내가 ‘관련 사건이 나오면 수사할 테니 빨리 정리하시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막아주지는 못할망정 수사를 하려 하느냐’며 못마땅해 했다. 내가 한 말을 오히려 협박으로 받아들이더라.
한 선배는 ‘해가 지고 나면 뭘 해도 영감들끼리 해라’라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다. 지나고 보니 밤에 외부 사람들과 만나면 결국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술을 마셔도 검사들끼리 마시라는 뜻이었다. 이런 선배가 좋은 선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 검찰 구조는 그런 검사가 승진하지 못하는 구조다.”
- 내용 중에 김 변호사 이름도 나온다.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정씨에게 “김용철 변호사 봐라, 매장 안되더냐”라고 하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화장을 하는 집안인데, 매장이라니 당치도 않다. 나도 화장당할 테니 절대로 매장 당할 일 없을 것이다. (웃음) 그쪽에서 말하는 매장이라는 게 돈 못 벌고, 관직에서 출세 못하는 사회적인 매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매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어떻게 보는가?
“그 조직이 어떤 법적인 근거가 있나? 아무런 의무와 권한이 없는 조직이다. 진상규명위는 검찰이 뒤에 언제든지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조직이다. 여론을 파악하면서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은 당연히 검찰이 수사를 해야 했다. 초반부터 검찰 일부에서 징계 시효 문제 등이 언급됐는데 검찰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말이다.”
-진상조사단장인 채동욱 대전고검장이 박기준 지검장과 동기던데?
“조사단장은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성격상 동기이고 하면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등의 조직도 대안으로 나오는데?
“대안이 될 수 없다. 고위공직자 수사는 누가 하나? 수사 전문가들인 검사를 현재 검찰에서 뽑아서 써야 한다. 결국,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용어를 정확히 해야 한다. 스폰서라고 하니 마치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정기적인 뇌물 수수관계일 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주는 ‘촌지’라는 것도 말이 촌지이지 ‘내 자식 잘 봐 달라’는 뇌물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이런 것들이 뇌물이고 잘못됐다는 인식이 바로 서야 한다.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도 고민해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부패 정도가 경찰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피디수첩, 미네르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까지 검찰의 최근 수사들을 보면 원칙 없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고 있다. 인사에 목을 매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예정된 결과이기도 하다. 검사장 등의 인사를 주민직선제로 가야 한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말이다.”
-스폰서 문화의 발단으로 수사비 문제도 꼽힌다. 검사 밑에 딸린 식구가 많지만 수사비가 부족해 회식도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50만원 정도씩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으로 밥 먹으면 충분하지 않느냐.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2차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부족한 것이다. 또 예전에는 부장 검사 등이 언론인 접대로 판공비를 모두 소진하는 풍토도 심했다.
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검사들의 영업비밀’이라는 내용을 쓴 바 있다. 독점한 기소권을 가지고 검사들이 장난치는 내용은 전에 없던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어떤 언론도 이에 대해 취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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