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사건 보도의 음모
로버트(주: 버지니아주 출신의 미국인 친구): “상황이 다르게 되었네...”(주: 그 날 아침까지 둘 다 언론의 오보대로 그 주범이 중국인 학생인 것으로 잘못 생각함)
필자: “이 비극에 대해 자네와 버지니아에 있는 자네의 민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네. 오늘 아침에 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아 모든 것을 중단했다네.”
로버트: “그 사건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게.”
필자: “나는 그 살인자가 여덟 살에 미국에 와서 여기서 자라난 사실을 알게 되었네.”
로버트: “맞아. 그는 버지니아에 있는 x 고등학교에 다녔지. 미국이 그를 타락시켰네.”
필자: “자네 말이 고맙네. 이웃 사람들에 의하면, 그의 부모는 예의바르고 조용하며, 그 누나는 프린스턴 출신이라네. 그 친구를 제외하곤 아무도 문제를 일 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는 한국의 혈통과 미국 문화가 낳은 혼혈아이네.”
필자가 지적한 대로 조 승희는 여덟 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났고 그의 고향집은 한국이 아니라 버지니아의 센터빌이었다. 반면에 그의 가족은 무고한 사람들로, 예의바르고 조용하며 대학 교육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한국 교포들이었다. 그러나 버지니아 공대 당국의 “한국 학생 조 승희”라는 그릇된 발표를 시작으로 미 언론들은 처음부터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대학과 자국 내의 수치를 교묘하게 조 승희의 인종에다 초점을 맞춤으로써 한 무고한 소수 민족 전체(한국인)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사건 직후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한 어린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 동료 미국인 학생들로부터 침뱉음을 당하는가 하면, 한 미국 교사는 조롱하듯이 자신의 한국계 학생에게 조의 흉내를 내보라는 일들이 미 전역에서 일어났다.
미 대학(원)에서는 미국 시민권이 있거나 조처럼 영주권이 있는 사람은 ‘외국 학생’이 아니라 ‘미국 학생’으로 분류되는 것이 공식적인 기준이다. 가령, MIT 공대에 ‘한국인 학생’ 수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 중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이 ‘한국인 학생’ 수에는 미국에서 났거나 자라난 한국계 미국인들의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인 학생’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일계 미국인, 아일랜드계 미국인, 러시아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은 모두 독일 학생, 아일랜드 학생, 러시아 학생 혹은 중국 학생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 학생으로 분류가 된다. 그것은 그들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랐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공대와 미 언론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그 뒤 보름이고 한 달 내내 끊임없이 조는 ‘한국 학생’이라고 대서특필했던 것이다. 그들은 조는 한국 학생’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조가 마치 필자처럼 한국에서 얼마 전에 미국으로 유학온‘한국인 유학생’이란 뉘앙스를 진하게 풍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중 잣대를 썼는가? 이 사건은 미 대학 최대의 치욕스런 사건으로 남기 때문에 일등 국민,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는 자부심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국 대학들의 공식 분류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교묘하게 한 외국 학생의 소행으로 돌려서 그 수치를 감추고자 했던 것이다. 더욱이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과 진실을 보도해야 될 주요 언론들이 누가 먼저 그렇게 하자고 말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대학과 썩어가는 ‘위대한 국가’를 위해 한 소수 민족을 희생시킬 줄 알았던 것이다.
필자는 평소 CNN 방송을 자주 시청하였고 로버트는 Fox 뉴스를 선호해서 집에서는 그 두 방송을 주로 시청하였는데, 한 앵커는 아예 뒤에다 한국에서 온 조 승희라는 표지를 붙여놓고 방송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앵커는 말끝마다 한국 학생임을 되풀이하였다. ‘이 위선자들, 이제는 끝이다. 너희의 역겨운 의도를 알고 있다.’ 필자는 그 뒤로 두 방송을 보지 않았다. 그들에 대한 혐오스러움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군대는 상명하달의 세계이기 때문에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 시절 군복무를 했던 미군에서도 카투사들은 미군의 일부로 보직을 받고(예컨대, 필자는 병장 때 부분대장을 맡아 아래 몇 명의 미군 부하들이 있었으며 동시에 미군 분대장과 소대장의 명령 체제에 종속되었음) 소대마다 배치되었다. 문자 그대로 미군의 일부였다. 그런데 군사 훈련 중 카투사가 잘못을 하면 C 중대 3 소대가 잘못한 것이 아닌 ‘카투사’가 그랬다며 그 책임을 같은 부대원인 한국인에게 돌림으로써 부대 전체의 책임을 교묘하게 희석시키고자 하였다. 그들 역시 한목소리로 그리고 거의 본능과도 같은 속도로 ''''위대한 미군''''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부대의 공동 책임을 같은 부대원인 한국인에게 전가시킬 줄 알았던 것이다.
마찬가지였다. 지금 버지니아 공대의 첫 번째 책임 전가 보도 즉, "한국인 학생 조 승희"를 즉각 미 언론들이 받아 일제히 되풀이 하였고, 어떤 보도에서는 조가 서울서 입수한 ''''비''''의 음악만 들었다고 보도함으로써 서울의 (음악) 문화가 큰 문제점이 있는 양 보도하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그 가족이 가난에 찌든 나라를 떠나 미국에 와서 중산층이 되었다''''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아 한국의 이미지에 다시금 먹칠을 하기도 하였다.
차라리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인정이라도 하겠지만, 선진국 국가 모임인 OECD 국가들 중 일곱 번째의 경제 규모(주: 2006년도 GDP 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한국, 캐나다 순)이며 저희의 일곱 번째 무역국(주: 한국은 미국의 일곱 번째 무역국으로 프랑스나 이태리보다 대미 무역 규모가 큼)이요 일인당 국민 소득은 유럽의 작은 경제국과 비슷한 한국에 대해 저런 오보를 해대는 것은 이미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즉, ''''조에게 한국 유학생이란 낙인을 찍고 바로 그 한국은 이렇게 가난에 찌든 나라이며 그러한 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나온 음악을 조가 즐겨 들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니 이번 사태는 버지니아 공대와 미 국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자국민과 세계인들이 세뇌되도록 언론의 전파력을 휘두르자는 것이 한결같은 그들의 목표였다. 여기에서 벗어난 보도를 하는 미 주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심리학적으로 상대를 깍아내리면 내릴수록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보는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된 보도들이었다. 다음 경우를 보면 그들이 이중 잣대를 쓰는 위선적 행위가 그대로 드러난다.
미 최초의 여성 국무 장관이었던 메들레인 알브라이트는 11살에 가족과 함께 이민 온 ‘외국인’이었지만 미국인들 중 단 한명도 알브라이트를 체코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미국인으로 여겼다. 이는 당시 미국인에게 직접 질문을 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조는 알브라이트보다 더 어린 여덟 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와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버지니아에서 다닌 완벽한 ‘미국 학생’이었지만 그 날 바로 ‘한국 학생’으로 둔갑되었다. 이렇게 미국인들의 위선적인 이중성은 미 군부뿐만 아니라 학계와 언론계도 뿌리내려 있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학내 총기 사건 이번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미국에 있었던 한 해에도 미국인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여러 학생들이 죽은 사건이 이미 있었고, 가장 큰 대학 총기 사건으로 1960년대 오스틴 소재의 텍사스대에서도 버지니아 공대에 버금가는 수 십 명의 사상자를 낸 적이 있었으며 2008년도에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그 대학 학생이 강의실 안에서 총기를 난사해 여러 명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따라서 이번 총기 사건은 미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미국인의 소행이지 필자처럼 삼 년 전에 유학 온 참 ‘한국 학생’은 법적으로 총기 구입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미 언론들은 이를 교묘하게 조의 인종에다 보도의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금까지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총기 살인 사건은 고사하고,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대학은 언제나 추억과 아름다움과 상식과 낭만이 있는 ''''우리들의 천국''''이었다. 따라서 조가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한국 사회와 대학 정서상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으로 인해 언론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총기 소유’에 대한 찬반 논쟁이 다시 드세졌다. 그즈음 어느 날 이었다. 집 밖에 도둑 고양이가 로버트 부부가 기르던 고양이를 못 살게 굴자 로버트는 서재 안에서 큰 장총을 들고 나왔다. 물론 총알이 장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도둑 고양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옛날 군복을 입고 있을 때만 사용했던 그런 장총을 민간인이 가지고 와서 지금 도둑 고양이를 잡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로버트는 필자를 자신의 서재로 데리고 가 컴퓨터 옆에 세워둔 다른 두 자루의 장총들도 보여주었다. 모두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을 정도로 끝부분이 노출되어 있었다. 필자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필자: “로버트,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총들을 밖에 내놔.”
로버트: “괜찮아. 아무도 안 가져가.”
필자: “만약에 누가 집어가면 어떻게 해. 위험하잖아. 감춰.”
로버트: “나 같은 사람들은 이 총들을 사냥할 때만 사용해.”
그러나 사실 이렇게 보편화된 합법적 총기 소유 때문에 총기 사고는 미전역에서 끊이지 않았다. 가령 워싱턴 DC같은 경우는 어제는 누가 총맞았다는 보도가 매일 뉴스의 일부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조가 총을 구입했던 바로 그 총기류 가게에서 팔린 다른 총이 뉴욕의 한 살인 사건에도 사용된 것이 드러나, 한 기자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그 총기류 가게 주인은 자신은 총기 사고 전과가 없는 이들에게만 팔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미국의 자업자득이었다. 서부 개척 시절 아니 신대륙에 처음 이민 오던 순간부터 본래 그곳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과 싸우기 위해 더 정확히는 그들을 내몰기 위해 집집마다 총을 소지하게 되었고, 결국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정당방위’란 이름하에 유지되어 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 총이 ‘정당방위’를 위해서 쓰이기보다는 주로 각양각색의 살인과 범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분명 늘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미국 총기 문화의 부산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진실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공대 당국과 미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에 휘말린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 대사관은 필요 이상의 사과문 발표와 긴장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버지니아 공대 당국과 미 언론의 직접 피해자인 이백만 명의 무고한 한인 교포들과 팔만 명이 넘는 무죄한 유학생들이 겪게 되는 오명과 불이익을 대변하지 못하였다. 한국 외교부는 분명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버지니아 공대 당국과 미국 언론의 공모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필자가 유학 생활 동안 겪었던 은근한 폄하는 비록 형태는 다르고 정도는 달라도 모든 한국 유학생들과 더 나아가 이백만 한인 교포들이 ‘단지 한국인’이기 때문에 겪는 것인데, 이 모든 수모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왜 ‘워싱턴 보고서’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 버지니아 공대 사건 직후 미국 주요 대학 당국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기한 내용의 일부를 글로 보낼 수밖에 없었는가. 이에 대한 피드백은 단 한 사람만이 해주었다. 그 미국인은 그 ''''버지니아 공대 사건 보도 논박문''''에 대해, “내용이 흥미롭군요. 똑똑합니다.”라고만 짧게 언급하였다. 사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그 총기 사건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미 대학과 언론의 거대한 공모 때문에 같은 미국인으로서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필자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심한 판국에 교활한 비양심적 보도로 인해 ‘한국인 유학생’으로 둔갑된 조의 총기 사건이 결정적으로 미 교포들과 유학생들을 상당히 힘든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모든 작업은 필자 개인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공신력과 전파력이 있는 한국 정부 더 좁게는 주미 외교부가 해야 되는 일이었었다.
끝으로 버지니아 공대 사건에 대해 주미 외교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대통령조차 통찰력 없이 미국 측에 대해 거듭 사과만 했다는 사실을(주: 미 언론들은 이러한 모든 반응들을 보고 한국인들이 ''''집단적 죄의식''''을 느낀다고 놀라워 했음) 미국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다음에야 알게 되었을 때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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