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 한국인 계좌주 대부분 서울 주소 사람"
2013/04/25 16:10
제러드 라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기자
(워싱턴=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제러드 라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기자는 최근 미국 워싱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본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재산은닉처 명단에 한국인의 이름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2013.4.23 clap@yna.co.kr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제러드 라일 기자 인터뷰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나 계좌를 보유한 한국인은 대부분 서울에 주소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명단을 처음 입수한 ICIJ의 제러드 라일 기자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라일 기자는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한 호주의 탐사 전문기자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를 거친 검은돈과 그 돈의 주인 수천명을 공개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자료에 나온 한국인의 주소는 대부분 서울이고 일부 서울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리스트에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있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자신 있게 강조했던 그는 그러나 명단을 다시 살펴보고 나서 북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을 바꿨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북한인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와 명단을 다시 찬찬히 살펴봤더니 북한 주소는 없더라는 것이다.
라일 기자는 "북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건 내 완전히 잘못이다. '북한'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고 말하기 전에 다시 살펴봐야 했었다. 나중에 검토했더니 북한 주소는 없다. 데이터베이스에 북한인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또 리스트의 한국인은 어림잡아 70여명이라고 했으나 이 또한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는 "일부 이름은 한 번 이상 겹칠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세어보면 70명쯤 된다. 그러나 한국인 회사는 살펴보지 않았다. 개인만 일별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같은 이름이 10번도 있을 수 있고 20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모른다는 게 맞는 말"이라고 전했다.
70명 안팎이라면 이를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신중하게 대응했다.
라일 기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명단에 있다고 그들이 다 잘못했다거나 불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리스트에 있는 인물이 공인이라면 얘기가 된다는 게 일반 대중의 관심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이름 주변의 맥락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아, 누가 있는지 한 번 볼까'라고 단순하게 말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단에 병기된 정보는 주소지 이외에 국적 등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또 한국인이 미국 주소나 다른 국가에 주소가 있는 회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 계좌에 돈을 넣어뒀다면 이번 분석 작업의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조세 회피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는 '알 만한 한국인 이름을 봤느냐'는 물음에 "전혀 모른다. 그래서 리스트를 살펴보고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설명해줄 한국 언론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서울에 근거를 둔 비영리 언론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명단 공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다른 나라도 한국만큼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keykey@yna.co.kr 2013/04/25 16:10 송고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3/04/25/0619000000AKR20130425159200071.HTML
<버진아일랜드 한국인 비밀장부 풀릴까>
- 제러드 라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기자
(워싱턴=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제러드 라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기자는 최근 미국 워싱턴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 본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재산은닉처 명단에 한국인의 이름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2013.4.23
해외금융계좌 신고사례 없어 탈루 가능성 있어
(세종=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의 금융계좌 보유자 중 유명인사 등 한국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힘에 따라 명단에 든 한국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진아일랜드에 보유한 자산이 설사 제대로 세금을 낸 합법적인 돈이라 하더라도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자칫 '도덕'이라는 무서운 시험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측 인사의 이름까지 명단에 있다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어서 명단 공개시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ICIJ가 확보한 명단의 위력은 이미 검증됐다. ICIJ는 지난 4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와 관계자, 관계 서류, 여권 등이 담긴 200만 통의 이메일을 분석해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재벌, 독재자의 딸 등 전 세계 부호 수천 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실세인 이고르 슈발로프 제1부총리는 부인의 역외계좌가 확인돼 비난이 쏟아지자 재산을 고국으로 옮겼고, 몽골에선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국회 부의장이 정계를 은퇴했다.
지지부진했던 조세피난처 역외탈세에 대한 각국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19일 워싱턴에 모인 G20(주요 20개국)은 회원국간 조세정보 교환을 강화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와 각종 역외 탈세에 적극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금융당국(jurisdiction)이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가입하거나 가입 의사를 표명하는데 합의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 자동정보교환 기준 개발,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BEPS)와 관련한 실천계획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한국인에 대한 ICIJ의 분석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ICIJ를 이끄는 제럴드 라일 기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세르비아, 스웨덴 등과 관련된 후속보도를 한 뒤 한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등 국가에 대한 검토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르면 상반기중, 늦어도 연내 버진아일랜드에 '은밀한' 돈을 두고 있는 한국인의 이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 한국인의 재산이 모두 탈세와 연관돼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라일 기자는 "얘기되는(주목할만한) 이름이 있다 해도 보도에 앞서 그들이 실제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공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명의 이름이 있다면 말 그대로 얘기되는 이름은 2명 수준이라는 설명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금융회사로 송금한 합법적인 돈의 잔액은 16억2천만달러다. 전체 국외 금융투자 잔액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국세청과 관세청은 일단 명단의 유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버진아일랜드의 이름이 합법적인 계좌신고가 아닌 국세청과 관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주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10억원 초과 금융자산을 단 하루라도 외국에 둔 해외금융계좌 보유자로부터 자진신고를 2년간 받았지만 버진아일랜드에서는 신고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2년간 1천170여명으로부터 20조원의 신고를 받았지만 조세피난처 계좌는 스위스, 홍콩뿐이다.
오히려 부의 편법 증여나 상속에 버진아일랜드가 악용된 사례가 많다.
전자제품 중견업체인 A사의 대표 김모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버진아일랜드에 펀드를 만들고 해외 지주회사의 지분을 이 펀드에 싼값에 넘긴 뒤 출자자 명의를 아들로 바꾸는 식으로 경영권을 양도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800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적발건수와 추징액은 2008년 30건, 1천503억원에서 지난해 202건 8천258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버진아일랜드 계좌보유자의 이름이 모두 탈세는 아니겠지만 버진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볼 때 개연성은 높다고 본다"라며 "명단이 확보되면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탈루 여부를 철저히 검증,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2011년 가서명된 버진아일랜드와의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yks@yna.co.kr 2013/04/23 23: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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