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판돈이 오간다 (추적! 매니저)

한국전쟁 판돈이 오간다 (추적! 매니저)

이데일리 2010.05.26 10:01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존 딜랜니는 펀드매니저 업계에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 존 딜랜니 CEO

펀드매니저로서 삶은 고만고만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AIB 캐피탈마켓의 펀더매니저로 일했고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무렵엔 오펜하임 인터내셔널 파이낸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투자임원을 지냈다.

그런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9년 인트레이드닷컴(Intrade.com)을 설립하면서부터다. 회사 CEO로서 인생 이모작도 그렇게 시작했다.

인트레이드닷컴은 일종의 선물거래 사이트다. 어떤 사건이나 정치적 이벤트, 금융시장 등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놓고 사이트 회원들이 도박을 벌이는 곳이다.

최근에는 사기혐의로 물의를 빚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가 사임할지를 놓고 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08년엔 민주당 경선과 미국 대선 결과 등을 놓고 돈이 오갔다.

인트레이드닷컴에선 확률에 따라 최대 10달러까지 돈을 걸수 있다. 판돈도 그다지 크지 않아 이용자가 많다. 딜랜니 CEO는 "인트레이드닷컴을 이용하는 회원은 120개 국가에 걸쳐 7만명이 넘는다"면서 "하루 거래량도 수십만 계약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이트가 상당한 예측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2004년 미국 대선 때는 50개주의 선거결과를 거의 다 맞혔고, 2006년엔 국방장관이던 로널드 럼스펠드의 사임을 예측했다. 2008년엔 오바마의 대선 승리를 점쳐 다시 한번 위력을 입증했다. 딜랜니 CEO는 "인트레이드닷컴이야 말로 `대중의 지혜`가 집약되는 장소"라고 자찬했다.

가끔은 사고 팔아선 안되는 것까지 거래 종목으로 등록해 눈총을 산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엔 사담 후세인이 언제 축출될 것인지를 놓고 1개월(1개월내 축출)과 3개월, 6개월짜리 선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국민과 미군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도박에 부쳤다는 비난이 일었다.

▲ `미군 대북공격` 6월물 가격동향 (인트레이드닷컴)

최근 이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반도 관련 상품이다. 미군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놓고 도박이 벌어진 것.

거래되는 상품은 ▲미 동부시간으로 2010년 6월 30일 자정 이전에 미군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 ▲9월30일 이전 미군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 ▲12월31일 이전에 미군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 등 크게 3종류다.

`미군의 대북 공격` 6월물의 가격은 지난주말 2.3달러에서 24일 현재 2.8달러로 올라섰고, 9월물과 12월물의 가격도 각각 올랐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든 말든 딜랜니와 그의 회원들은 돈만 벌면 될 일이다. 그래도 역시 사람 목숨을 놓고 도박을 벌이는 행위는 역겹다. 이라크 전쟁 때는 그러려니 했던 것도 내 가족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보니 목불인견 눈뜨고 못 볼 짓이다. 한반도를 대상으로 도박판을 벌인 뒤 전쟁이 터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섬뜩하다.

출 처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