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반도... 이례적 지진 현상 속출
2013.08.10 11:00
최근 충남 보령·백령도 등 서해안서 지진 139차례
올해 들어 서해를 비롯한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두 달간 충남 보령시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총 100회 발생했고, 지난 5∼6월에는 인천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총 39회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진발생 횟수는 관측을 시작한 1978년 6회, 디지털 관측을 시작한 1999년 37회에 이어 2010년에는 42회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발생한 지진횟수는 총 65회로 1999년에 비해 76%, 3년 전인 2010년 보다는 55%나 늘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유감지진)도 8회나 발생해 예년 평균인 5.5회보다 많았다. 하지만 서해에서 발생한 지진이 46회로 전체 지진횟수의 70%이상을 차지하면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 국내 지진 발생 평균 횟수 ⓒ 기상청
"향후 강진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기상청은 큰 규모의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북서쪽 101km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내륙과 많이 떨어져 지진 공포에 대한 큰 우려감이 없었다.
하지만 5월 18일 아침 인천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인천 지역은 물론 서울 지역까지 지진의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특히 4.9 규모의 지진이 만약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면 공장 굴뚝이나 담이 무너질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로도 이어 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서해안의 잦은 지진은 분명히 이례적 현상"이라며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지진 안전지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최근 짧은 기간에 서해상에서 집중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으로 단순히 판의 움직임으로만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 인근에 쌓인 막대한 힘들이 최근 들어 백령도와 보령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통해 풀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작은 지진이 많아지면 큰 지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향후 강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정해명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해당 지질의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진은 자꾸 늘어나는데... 전담인력 고작 '4명'
기상청은 최근 서해의 신안·백령도해역·보령해역의 지진을 분석한 결과, 두 단층면이 평행해 서로 연관성이 적고 향후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해 지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지진 발생횟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진 연구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전담 연구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지진 관측·연구를 맡은 전담 인력은 국립기상연구소 4명에 불과하다.
기상청 산하기관인 국립기상연구소 측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지진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동식 해저 지진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동식 해저지진계를 갖추지 못했다. 또 관련 연구를 위해서는 기존에 하던 연구를 포기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란 것.
독자적인 지진연구 기관 마련 시급
무엇보다 지진 발생 후폭풍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 현재 내진설계법에 의거해 지어진 건물이라도 안전도의 검증이 미비한데다 정확한 지진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후폭풍에 대한 염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규모·빈도·주 발생지역·활단층 등에 대한 상세연구가 미비한 상태다. 특히 지반이 '충적토'로 형성돼 지반형성이 취약한 서울 강남지역은 규모 5.5정도의 지진만 발생해도 테헤란로에 있는 건물들이 심각하게 붕괴 될 정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현재로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대로 된 교육부터 필요하다.
하지만 각 기관마다 지진을 연구하는 분야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현실이 국내 지진연구를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지진연구가들의 분산을 막고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야 좋은 연구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지진의 위험성 결코 간과해서는 안 돼"
한반도 주변에 꾸준히 지진에 대한 위협이 있어왔고, 그에 대한 위험성은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은 그리 심각한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최근 발생한 지진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이런 가운데 지진수 증가 현상이 담고 있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반도의 지진 문제가 결코 스쳐버릴 수 없는 '과학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마이뉴스 신정아(onkweather)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94717&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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