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원유로 오염된 루이지애나 바라타리아베이 해안(AP=연합뉴스) |
유출 추정량 계속 증가, 하루 최고 6만배럴 추정
잇단 유출차단 노력 실패, 감압유정 뚫는 8월가야 차단될 듯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가 18일(이하 현지시간)로 60일째를 맞았다. 미국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평가되는 이번 사고는 정치, 경제적으로도 많은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사고발생후 두달이 넘도록 기름 유출원을 차단하지 못해 완전차단은 감압유정(relief well) 굴착작업이 완료되는 8월 초까지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여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경위와 원유 유출량 =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작업 중이던 석유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에서 지난 4월20일 밤10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유정은 영국 석유 메이저 BP가 스위스의 해양굴착업체인 `트랜스오션(Transocean)' 소유의 `디프 워터 호라이즌' 시추시설을 임대해 시추를 하던 곳. 이 사고는 유정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이상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장치인 `폭발방지기'(BOP:blowout prevente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 11명이 실종돼 사망했다.
특히 사고발생 이틀 뒤인 4월22일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면서 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의 대형 철제 파이프(Drilling riser)에 3개의 구멍이 생기면서 원유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
원유 유출량은 사고발생 초기에는 하루 1천배럴(4만2천갤런), 4월28일에는 하루 최대 5천배럴(21만갤런)이 유출되 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 정부 조사단과 연구진은 15일 원유 유출량이 하루 3만5천~6만배럴(150만-250만갤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정확한 유출량 계산을 위해 원유 분출구 주변에 압력측정 센서를 설치했다.
멕시코만 시추시설에서 계속 유출되고 있는 원유 (AP=연합뉴스)
사고발생후 지금까지 유출된 기름의 양은 15일 정부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할 경우 206만5천-354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기름유출 사고인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건 당시의 25만7천배럴을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양이다.
유출된 기름띠는 현재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팬서콜라 등 플로리다주 서부해안에 까지 도달하며 확산되고 있다. 해안경비대측은 지난 6일 현재 기름이 반경 약 320km 해역까지 퍼져나갔다고 밝혔고, 연방정부에 의해 어로행위가 금지된 해역이 8만여 평방마일에 달하고 있다.
◇총력 방제.유출원 차단작업 = 미 정부는 사고직후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 등 300여대의 항공기와 해안경비선 등 6천450척의 선박을 동원해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다. 또 연방정부 인력과 주방위군 등을 투입해 총력전에 나서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기름띠 피해가 발생하는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4개 주(州)에서 1만7천명 이상의 방위군을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
그동안 기름띠의 확산 방지를 위해 뿌려진 분산제가 132만5천갤런이고, 해안에 설치된 기름흡착제와 오일펜스의 길이가 289만피트에 달하고 있다.
기름띠가 해안까지 밀려오자 루이지애나주 등 인근 4개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등 긴급 방제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BP도 현재까지 15억달러 규모의 방제비용을 투입하고, 지역 어민들까지 고용해 오일펜스 설치 등 거사적인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다.
BP는 사고발생 초기부터 기름유출원의 차단을 위해 런던 본사에 있는 엔지니어들까지 동원해 각종 첨단기법을 통한 기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 유정내 분출압력을 낮추는 폭발방지기의 수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5월초 건물 4층 높이의 대형 철제 컨테이너 형태의 '오염물질 차단 돔'을 해저에 설치하는 작업도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해 중단됐다.
기름에 오염된 루이지애나 연안의 죽은 물고기들 (AP=연합뉴스)
해저 유정에 점토성분이 높은 액체를 투사해 유출원을 막는 `톱 킬(top kill) 방식도 실패로 끝난 가운데 소형 차단돔을 설치해 기름을 흡수하는 방식만 일부 성공한 상태이다. 이 돔을 통해 현재 하루 1만5천배럴 정도의 원유를 회수해 현재까지 모두 40만배럴의 물이 섞인 원유를 회수했다. 7월말까지는 하루 8만배럴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P는 17일부터 두번째 소형 차단돔 설치작업을 시작했지만 유출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 유정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도중인 감압유정 굴착공사가 완료될 8월초까지 기다려야할 상황이다.
5월2일 시작된 감압유정 공사는 현재 해저 1만5천226피트까지 굴착해 들어간 상태. 직경 7인치의 강철관 파이프로 해저 1만8천피트 지하의 기름이 나오는 저류층 주변까지 뚫고 내려간뒤 진흑과 시멘트 등을 투사해 현 유정을 완전히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생태계 파괴 대재앙 = 유출된 원유가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해안 습지로 유명한 루이지애나 해안을 덮친데 이어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현재는 플로리다 서부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
17일 현재 783마리의 조류와 353마리의 바다 거북이가 숨진채 발견됐고 기름에 오염된 634마리의 조류와 96마리의 바다 거북이가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에는 원유 유출현장에서 남쪽으로 125㎞ 떨어진 곳에서 유출사고 발생이후 처음으로 향유고래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여기에 플로리다 연안의 매우 얕은 수역에 돌고래와 상어가 출몰하고, 물고기가 떼지어 나타나는 등 해양동물이 전에 없던 이동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만 해안을 따라 상어가 관찰되는 빈도가 부쩍 늘어나는 등 생태계에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물고기 등 해양동물이 유출된 기름을 피해 수심이 아주 얕은 연안으로 몰려드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해양생물의 원래 서식처가 심각하게 오염됐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6일 BP 경영진 면담후 성명 발표하는 오바마 (AP=연합뉴스) |
BP, 형사벌금 부과시 부담금 최고 600억달러 상회
오바마의 `카타리나' 비화, 11월 중간선거에도 변수 전망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두달째 계속되는 기름유출 사태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와 함께 만만치 않은 정치적 파장도 낳고 있다. 멕시코만 연안지역 피해 주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내 전체 여론도 연방정부가 초동대처에 실패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며, 연안 석유시추에 관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피해와 보상 =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록되면서 경제적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멕시코만은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굴의 67%가 이곳에서 공급되고, 새우, 게 등 연안어종이 많이 잡히는 어업중심지다. 여기에 앨라배마주와 플로리다 해안은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BP는 17일 현재 5만6천여건의 피해보상 요구에 모두 9천만달러를 지급했으며, 금주중에도 모두 1천600만달러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칼 헨릭 스반베르 BP 회장은 기름오염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억달러의 기금을 내놓는 한편, 올해말까지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P는 200억달러의 피해보상 기금과 별도로, 이 사고를 계기로 취해진 6개월간 심해저 석유시추 프로젝트의 동결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시추 기술자들을 위해 1억달러의 보상기금도 내놓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BP측에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해 제3자에게 맡기도록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의 피해보상 작업이 지지부진한데다 향후 BP의 자금난으로 제때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과거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즈호 원유유출 사고 후 피해보상 범위를 둘러싸고 장기간의 법정 소송이 이어지면서 피해보상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 점도 고려됐다.
뉴욕 타임스는 BP가 향후 부담해야할 경제적 부담금이 법무부의 조사 후 민사 외에 형사적 벌금까지 부과된다면 총 6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의회에 출석한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오바마의 카트리나되나' = 원유유출 사태가 두달째 장기화되자 미국내 여론이 연방정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해 환경재앙을 키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오바마 대통령의 `카트리나'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따라 사고발생이후 4차례 현지를 방문해 성난 민심을 달랜데 이어 15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첫 TV 대국민 연설까지 하며 위기국면의 돌파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것을 동원해 이번 기름유출 사태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원유유출 사고를 일으킨 석유회사 BP의 부주의를 질타하고, BP에 피해를 완전히 배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한편 청정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데도 역점을 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에는 BP 경영진과 3시간 넘게 이어진 면담을 통해 BP가 기름오염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억달러의 기금을 내놓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보상책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석유업체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감독을 비난하면서 광물관리청(MMS) 쇄신과 재정비를 맡을 인물로 마이클 브롬위치 전 법무부 감찰관을 임명했고, BP가 내놓을 200억달러의 피해보상기금을 관장할 책임자로 케네스 파인버그 백악관 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미국내 여론은 70% 이상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사고회사인 영국 석유회사 BP에 대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민심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는 의원들 사이에서 BP 경영진을 향해 '할복하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바베이도스, 가이아나, 트리니다드 토바고, 자메이카 등 카리브 공동체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국 외무장관들도 10일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원유유출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원유유출 항의자를 체포하는 경찰 (AP=연합뉴스)
여기에 영국은 BP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응에 반발하고 있고, 영국 언론매체들도 BP살리기에 나서는 등 미영간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향후 전망과 대책 = 기름유출 차단작업을 계속중인 BP는 16일부터 두번째 소형 차단돔을 설치하는 작업에 들어가 이를 통해 7월말까지는 하루 8만배럴까지 유출된 기름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BP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차단작업이 수포로 끝난 사실을 고려할 때 8월초까지 설치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감압유정'이 설치돼 원활하게 작동해야 기름유출은 일단 끝이 날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1일부터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됐고, 올해에는 시속 39마일(62㎞) 이상의 이름이 붙여지는 열대성 폭풍이 14-23개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허리케인이 예년보다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
6월말부터 8월초 사이에 허리케인이 발생해 멕시코만을 통과하게 될 경우 기름띠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 해안까지 덮쳐 최악의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멕시코만의 기름띠가 순환해류(Loop Current)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플로리다 해협을 거쳐 멕시코 만류(Gulf Stream)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경우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동부연안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개연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방제작업을 총괄 지휘중인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장은 원유 유출과 관련해 습지대에 유출된 원유를 제거하고, 환경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등 완벽한 방제작업을 하는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미 연방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연안시추의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하는 등 석유시추와 관련한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최악의 경우 8월까지 지속돼 100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완전한 환경복구에는 수년이 더 걸리는 유례없는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될 게 확실시 된다.
as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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